차세대이동통신(3G)사업자 선정이 진행되고 있는 세계 각국의 통신시장에 나타나고 있는 현상도 다양하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 아시아, 미국 등지에서는 지나친 과열경쟁으로 인한 잡음에서 정부의 무관심을 비난하는 여론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지난 4월 영국의 사업자 선정부터 시작된 유럽의 과열경쟁 분위기는 얼마전 사업자를 확정한 독일에서도 되풀이됐다. 모두 주파수 경매방식으로 진행된 사업자 선정에서 영국과 독일 정부의 경매 수익은 각각 340억달러와 450억달러에 달했다.
이같은 지나친 입찰 경쟁으로 인해 유럽 통신업체들의 재정이 악화되어 투자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통신업체들이 각국의 사업자 선정방식이 상이한 것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유럽 전역에서 3G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수백억달러를 쏟아붓고 있는 도이치텔레콤, 보다폰에어터치, 브리티시텔레컴 등은 경매방식이 아닌 서류심사로 사업자를 선정한 핀란드, 스페인 등의 현지업체들은 자신들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며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서류심사에서는 사실상 자국업체에 우선적으로 사업권이 분배되는데 핀란드와 스페인 업체의 경우 가장 중요한 자국 시장의 사업권을 쉽게 확보한 후 거기서 절약한 사업자금으로 다른 국가의 주파수 경매에 입찰한다는 것이다. 결국 경매방식으로 진행된 자국에서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과다출혈을 한 영국, 독일의 업체들은 다른 유럽 국가에서는 힘을 쓰기 어렵다는 불평이다.
실제로 독일의 경매 수익이 예상보다 높아진 것은 도이치텔레콤이 소네라(핀란드)와 텔레포니카(스페인)가 구성한 컨소시엄을 입찰경쟁에서 떨어뜨리려고 계속해서 입찰가를 높게 불렀기 때문에 나온 결과였다. 하지만 자국 시장에서 힘을 비축한 이들 업체는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유럽 최대 이동통신시장 중 하나인 독일의 3G사업권을 따냈다. 반면 도이치텔레콤은 핀란드(99년 3월)와 스페인(지난 3월)의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했다.
일본, 한국 등의 이동통신 강국을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는 유럽과는 달리 의외로 조용한 분위기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외국업체 진출의 어려움, 심사방식이 주를 이루는 점 등을 들어 아시아의 3G사업권 확보경쟁이 유럽만큼 치열하지 않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국가가 외국업체들의 지분율에 한계를 두고 있고 비교적 개방적인 홍콩과 싱가포르의 경우에도 사업자를 서류심사에 중점을 두고 선정할 예정이어서 자금력을 앞세운 외국업체들에 의한 과열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의 경우 3G사업권을 획득할 업체가 국민 1인당 지불하게 될 금액은 영국과 독일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평가됐다.
한편 막대한 시장 규모에도 불구하고 여러 통신기술의 난립, 주파수 확보 문제 등으로 휴대폰 가입률이 30%대에 머무르고 있는 미국에서는 정치인들이 3G사업 추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미 의회 인터넷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인 밥 구들랫, 릭 바우처 두 하원의원은 29일 연방통신위원회(FCC)와 의회가 하루빨리 3G사업 계획과 준비에 착수할 것을 요구했다. 바우처 의원은 『이미 유럽에 비해 많이 뒤처진 상황에서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다』며 조속한 사업 추진을 주장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