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디지털가전 분업 확산

일본 가전업계에서 주요 디지털가전 제품을 자체 개발, 제조하지 않고 상호 위탁하는 분업(分業)이 확산되고 있다.

30일 「일본경제신문」에 따르면 히타치제작소, 미쓰비시전기 등이 방송위성(BS)디지털방송 수신튜너를 마쓰시타전기산업에서, 샤프가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 녹화재생기를 파이어니어에서 조달키로 하는 등 동종 경쟁사간에 각사가 내세우는 디지털가전 제품을 상호 공급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지금까지 성숙 분야와는 달리 성장 분야에 대해서는 자체 상품 개발·생산의 독자노선을 내세워 온 일본의 주요 가전업체들이 이처럼 디지털가전에서 위탁생산 등의 분업에 적극 나서는 것은 반도체 등 핵심 부품 개발에 들어가는 투자비가 막대한데다 제품이 다양하고 제품사이클도 짧아 1개 회사가 모든 제품을 전개해 나가기가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각 업체는 몇 개 전략제품에 경영자원을 집중해 나가게 된다.

히타치, 미쓰비시전기, 파이어니어 등 3사는 BS디지털방송 튜너의 생산을 마쓰시타전기산업에 위탁키로 했다. 마쓰시타는 자사 판매용과 기본사양은 같지만 외관을 약간 변경한 제품을 공급한다. 3사는 튜너를 다음달 출시할 예정이다. 산요전기는 튜너를 도시바에 위탁생산한다.

BS디지털 튜너는 양방향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디지털가전의 핵심이지만 IC칩 개발에만 100억엔 이상의 엄청난 투자비가 들어간다. 따라서 히타치 등 3사는 자체 개발보다는 외부 조달이 훨씬 이득이라고 판단, 위탁생산을 결정했다.

비디오테이프를 대신할 차세대 기록매체 DVD에서는 히타치가 DVD 녹화재생기를 마쓰시타로부터 조달하고 있다.

히타치는 당초 DVD 녹화재생기를 자체 개발할 방침이었으나 「제품을 적기 투입하지 못할 경우 위험이 크다」고 판단, 캠코더의 개발에만 전념키로 했다. 히타치는 업계 최초의 DVD 캠코더 「DVDCAM」을 독자 개발중인데 이 제품을 다른 업체에 공급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한편 샤프도 DVD 녹화재생기를 파이어니어로부터 조달하고 있다. 제품 규격이 다양한데다 보급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외부 조달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