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균 기술신용보증기금이사장
벤처업계에 9월 위기니, 10월 위기니 하는 말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다간 나스닥시장의 조정으로 시작된 코스닥시장의 추락과 자금경색 그리고 하반기 경제성장 둔화가능성 등이 맞물려 모처럼 지펴졌던 벤처불꽃이 사그라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벤처 열기는 IMF와 대기업 중심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적 대안으로 정부의 전면 지원과 경제내의 풍부한 유동성이 어우러지고, 미국 「신경제」의 파급에 따른 IT산업의 급성장으로 코스닥시장이 활황을 맞이하면서 형성됐다. 그러나 과열로 치달으면서 「엉터리 벤처」 「무조건 투자」 등과 같은 부작용을 양산했고 급기야 코스닥시장의 침체가 기폭제가 돼 닷컴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벤처회의론으로까지 이어지게 됐다.
오늘의 이러한 현상은 보는 시각에 따라 「조정기」라고 볼 수도 있고 「침체기」라고 볼 수도 있다. 조정기라면 벤처산업 주체들인 벤처기업·벤처캐피털·코스닥시장 등이 나름대로 시장특성에 맞는 체질개선과정을 거쳐 안정적 성장 잠재력을 마련해야 할 것이고, 침체기라면 자칫 벤처산업 전체의 붕괴를 가져오는 대란으로 비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벤처산업은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 의지에도 불구, 미국 신경제에 대한 끊임없는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는 가운데 기술력과 수익성 부재라는 내우(內憂)와 자금시장 경색과 같은 외환(外患)이 겹쳐 그 자체의 성장기반까지 불안정한 상황에 이르렀다.
따라서 조정기인지 침체기인지를 따지기에 앞서 21세기 우리경제 성장의 새로운 희망으로 부상한 벤처산업이 전산업의 중심축으로 타산업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도록 건전하고 튼튼하게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대책은 종전과 달라야 한다. 또 이를 통해 앞으로는 벤처산업이 오늘과 같은 위기에 처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벤처 창업이 왕성하고 기술개발이 곧바로 수익모델로 이어지는 가운데 중소·대기업간 또는 중소기업간 제휴가 활발하며 전문성과 도덕성을 지니고 벤처기업을 종합지원하는 벤처캐피털이 활동하고 신뢰성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투자자 보호와 자원의 원활한 회수에 기여하고 있는 코스닥 및 M&A시장 등이 뒷받침하는 벤처생태계를 우리 모두 함께 열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현상황을 조정기로 본다면 시장환경 조성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며, 붕괴의 위기라면 IMF 경제위기 때와 같은 직접적 지원 등과 같은 만반의 대책도 강구돼야 할 것이다. 최근 정부가 이러한 분위기에 따라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기술신용보증기금 역시 IMF 경제위기시 벤처특별보증 등 직접지원을 통해 어려움에 처한 벤처기업을 회생시킨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평가기능 확충, 벤처지원기관간 네트워크 구축, 벤처기업의 기술·경영정보 등에 관한 전문DB 확보 등 간접적 지원수단을 갖추고 벤처업계의 어려움 극복을 위해 고심중에 있다.
지금 이 시점은 우리의 대안으로 선택의 여지가 없는 벤처산업이 다시 활기를 찾아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루속히 지난날에 대해 반성하고 오늘의 현상에 대해 냉철한 자각 속에서 벤처산업의 올바른 내일을 열기 위해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