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통일IT포럼」에 부쳐

남북간 정보기술(IT) 교류 논의에 대한 구심점 확보를 우선 목표로 추진돼 왔던 「통일IT포럼」이 마침내 21일 창립총회를 갖고 상설 모임으로서 정식 출범한다. 여기에는 연구소·학계·공공기관·기업의 남북교류 담당 책임자와 IT전문가 70여명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이 포럼은 월례 조찬회, 국제 세미나, 남북 인사교류 등의 행사를 통해 IT교류에 대한 국내외 동향분석과 연구, 교류 활성화를 위한 정책대안과 여론의 조성, 국제 수준에 부응하는 기술표준화사업 등을 벌일 예정이다.

지난 6·15정상회담 이후 봇물처럼 터져나온 남북교류 논의는 다방면에서 각계각층의 관심과 호응 속에 큰 진전을 보여왔다. 특히 경제협력 분야에서는 역사적인 개성공단 개발계획이 확정돼 추진되는가 하면 인적·물적 교류의 중심이 될 경의선 철도 복구공사가 시작되기도 했다.

그러나 IT교류의 경우 그 특성상 가장 선행돼야 할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남북간의 정보격차 등 기술적·물리적 한계 때문에 거의 진전되지 못해왔다. 물론 지난 94년 중국 옌지(延吉)에서 남북한 학자·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코리안 컴퓨터처리 국제학술대회」가 개최된 것을 비롯, 다양한 교류논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매번 기술적·물리적 차이에 기반한 서로의 입장차이만 확인했을 뿐 교류의 기초를 다질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그 이유로는 6·15회담과 같은 정치적 해빙이 이뤄지지 않아 교류 형태가 남북 당사간 직접 만남이라기보다는 중국·미국·일본 등의 전문가와 학자들이 함께 모여 관심사를 논의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북한이 매번 행사에 사실상의 정부측 대표를 내보냈던 반면 남한은 특정 학회 회원들이 중심이 돼 참가했던 데서 비롯된 교류 인사의 대표성에도 적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

이러한 시점에서 교류 논의의 구심점 확보와 정책적 대안제시 등을 목표로 출범하는 통일IT포럼은 일단 산학연관의 모든 당사자에게 큰 관심을 불러 모으기에 충분한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고 하겠다. 그 가운데서도 포럼의 활동과 운영방식과 관련, 포럼 내부에서 논의된 사항이나 의제들을 본지를 통해 충분한 여론수렴을 거쳐 정부 정책 등에 반영되도록 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어느 정도 논의가 성숙됐을 때 포럼을 발전적으로 해체하고 남북 인사가 공히 참여하는 남북통합IT포럼(가칭)을 결성한다는 목표 역시 분명한 의지와 방향성을 짐작케 해주는 대목이다.

포럼의 이러한 취지는 또한 교류 논의가 북한의 실상 등과는 무관하게 일부 개인이나 집단에 의해 진행됨으로써 거품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매우 바람직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통일IT포럼의 출범은 시대적 소명이며 IT분야에 몸담고 있는 우리 모두가 바라마지 않은 결과이기도 하다. 이러한 소명감과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면 본래의 취지에 반하는 어떠한 어려움이나 변화에 대한 압력도 이겨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