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남북 경제협력 실무회담

15년 만에 처음으로 열린 공식적인 남북경제협력을 위한 실무접촉 회의에서 투자보장제도와 이중과세방지에 대한 합의서안이 북측에 의해 제기됨으로써 이 부문 협상이 급진전될 전망이다. 25일 남북경협 사무국에서 열린 남북한 경제협력 실무접촉 첫날회의에서 남측 수석대표인 이근경 재경부 차관보와 북측 수석대표 정운업 민족경제협력 연합회장은 한 목소리로 회담의 성공을 자신했다.

남측 협상대표인 이근경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우리측이 제시한 합의 서안은 남북경제교류 협력의 특성과 국제모델 등을 고려해 작성한 것으로 북측도 이 부분에 인식을 같이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측 대표인 정운업 민족경제협력 연합회장도 기조연설에서 『합의서는 보편적인 국제관례를 참작하면서도 우리 민족내부의 특성에 맞는 체계와 내용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이 차관보는 이어 『양측의 안이 상당부분 공통점이 많다』고 밝혀 투자보장과 이중과세 방지협정에 대한 협상 타결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다.

실무접촉을 통해 내용이 합의되면 양측이 최종 서명권자를 정한 후 이들이 최종합의문을 발표하는 절차를 밟게 되며 연말 이전에 최종안이 서명될 가능성이 높다.

남측은 당초 분쟁해결절차와 청산결제제도까지 의제로 채택할 것을 제안했지만 북측이 시간상 이유를 들어 2개 부문을 우선적으로 협의할 것을 제시함으로써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투자보장 협정=투자보장 협정은 당사국간 투자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양호한 투자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목적에서 체결된다. 이 협정은 투자한 국가에서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거나 국가의 필요에 따라 투자기업을 수용 또는 국유화하거나 외환관리 목적에서 이익금의 송금을 제한하는 등 해당 사업과는 관계없는 위험으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남북간에는 명시적으로 상대방의 투자와 투자자를 보호하고 있는 법령을 갖고 있지 않다.

북한은 합영법, 외국인투자법, 외국인기업법, 합작법 등 외국인투자관련 법령에서 외국인의 투자에 대해 보호하고 있으나 남한 투자자에게도 이 법이 적용되는지는 불분명하며 이와 관련한 분쟁발생시 해결방안이 미흡하다. 마찬가지로 북한의 대남투자도 외국인투자촉진법의 적용대상이 되는지 불분명해 북한 투자자의 지위에 대한 논란의 소지가 있다.

북한은 3월말 현재 덴마크, 스위스, 인도네시아, 체코 등 16개 국가와 투자보장협정을 체결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남북간 투자보장 합의서가 체결되면 우리 기업이 북한에 투자하는 데 따른 불확실성을 줄여주게 되므로 대북투자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투자보장협정이 체결되면 남북 사이에 단순한 물품 교류와는 달리 인력과 기술의 교류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마련돼 경제교류협력 증대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이중과세 방지=북측이 이중과세 방지협정에 대해서도 합의안을 제시함에 따라 이 부분에 대한 타결 가능성도 높아졌다.

현재 남북간에는 이중과세방지에 관한 제도가 없다. 이에 따라 우리기업이 북한에 투자해 소득을 얻을 경우 북한의 「외국인 투자기업 및 외국인세금법」에 의해 기업소득세가 과세된 후 남한에서 동일한 소득에 대해 법인세가 과세되므로 결국 동일한 소득에 대해 중복과세를 하게 되는 결과가 발생한다.

이중과세방지 합의서는 이러한 경우 이자, 배당, 사용료, 사업소득 등 발생소득별로 북한에서 과세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하고 북한에서 납부한 세금은 남한에서 낼 세금에서 공제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중과세를 막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남북간에 이중과세방지 제도가 도입되면 투자기업의 조세부담이 경감되고 남북한 투자수익이 증대돼 남북경협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효과를 갖는다. 특히 투자를 유치하는 국가 입장에서는 자본도입과 고용을 촉진하는 한편 투자국 입장에서는 자국기업을 상대국의 과세권으로부터 보호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 제도는 투자를 유치하는 측이 투자증대는 물론 조세수입의 증가를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상대국가에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남북경협이 활성화되면 남측기업이 북측에 진출하는 사례가 많을 것이기 때문에 북측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현재 러시아, 루마니아 등과 이중과세방지협정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66개 국가와 이 협정을 체결하고 있다.

◇청산결제·상사분쟁은 논의 유보=이번 실무접촉에서는 우리측이 회의 안건으로 제시했던 청산결제제도와 상사중재제도는 북측이 시간상의 이유로 추후 논의 과제로 삼아 이번 논의에서 배제됐다. 청산결제제도는 남북간의 물자교류 여건과 물품의 특성에 맞게 제한 적으로 청산결제 방식을 도입하고 대상이 되지 않는 거래는 환결제방식으로 대금을 결제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또 상사분쟁 해결 절차에 관한 합의서는 양측의 분쟁해결제도, 국제적인 관행 등을 참조해 분쟁해결기구의 구성·운영방법, 분쟁해결절차 등을 규정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 부문이 이번 논의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순전히 시간적 이유 때문』이라며 『이번에 제외된 부문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가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