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일 프리즘커뮤니케이션스 사장 dikim@prism.co.kr
전세계적으로 e비즈니스의 열풍이 몰아치면서 인터넷데이터센터(IDC)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과정으로 받아들여지지만 동시에 공급과잉, 운영상 문제발생 등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보시대에 e비즈니스를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해주는 측면에서 IDC가 향후 필수불가결한 기간시설이 될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단 이 시점에서 우리는 기간시설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한 한국IDC의 발전 방향을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의 IDC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은 보안(security)문제다. 보안은 물리적 보안과 시스템 보안을 포괄하는 것으로 국내의 주요 정보가 집결되는 IDC로서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측면이다.
우선 물리적 보안의 경우 일반적으로 최고의 설비에 의한 안정성으로만 한정짓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물리적 보안은 설계에서 시설의 완벽한 운영까지를 다루는 광의의 개념으로 확장돼야 한다. 세계적인 통신그룹이자 IDC의 원조격인 일본KDD의 텔레하우스(Telehouse)를 방문했을 때 0레이어(layer)란 개념을 처음 접할 수 있었다. 일상적인 네트워크를 1∼7레이어로 설명할 수 있는데 0레이어란 개념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할 건물·전기·항온항습 등의 완벽한 설계 및 운영을 뜻하는 것이었다.
즉 물리적 보안을 가장 하위의 네트워크 레벨로 표현한 것으로 외국의 선진업체들이 그들의 IDC에 있어 완벽한 설계 및 안정적 운영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한국의 IDC도 물리적 보안이 기본적인 항목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의 부가가치를 지닌 하나의 독립적인 서비스 개념으로 정립돼야 한다.
시스템 보안의 경우 한국은 전세계 해커들의 경유지로 이용될 정도로 보안문제가 심각하지만 아직까지는 IDC와 사용자 공히 보안서비스를 선택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인터넷 기간산업으로서의 IDC는 국내의 주요 서버들이 집중돼 있는 만큼 보안의 메카가 돼야 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즉 한국의 IDC는 최고의 보안서비스를 개발·제공해야 하는 동시에 사용자로 하여금 보안서비스를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서비스로 인식하도록 하는 의식전환의 사명까지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보안문제가 충족된 이후 IDC는 다양한 부가서비스 개발과 e비즈니스의 허브(hub)단계로 돌입해야 한다. 미래의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IDC는 확실한 안정성과 고객의 차별적인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모든 서비스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고객이 단독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솔루션의 이용을 용이하게 하고 자체적으로 서버를 관리하며 가져왔던 불안과 걱정으로부터의 완전한 탈출을 가능하게 해주는 모습이어야 한다.
이러한 IDC는 결과적으로 온라인·오프라인·방송·금융 등 다양한 사업이 한자리에 모인 접점이 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IDC는 e비즈니스의 허브역할을 담당하면서 IDC 내의 고객들이 서로의 비즈니스에 맞는 파트너를 찾아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최근 IDC에서 이용되는 백업·보안 솔루션 업체들의 해외진출이 증가하고 있는 현상은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IDC 또한 국내 IDC 설비가 이미 세계적 수준임을 고려할 때 앞에서 언급한 튼튼한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최고의 보안 그리고 고객의 미충족 욕구(unmet needs)를 제대로 파악해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차세대 IDC로 발전한다면 세계진출도 가시화될 것이다.
IDC가 해외진출을 통해 국내 인터넷업체들의 해외진출을 앞에서 끌어줄 수 있는 한국 인터넷의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또 하나의 발전적인 기간시설로서의 위상을 정립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