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장비를 생산하는 Y사는 당초 지난 8월까지 경기도 화성군 동탄면내에 2000여평 규모의 신공장을 완공해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몇달째 공사가 진척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반도체장비업체인 T사도 올해안으로 경기도 광주군 오포면에 500평 규모의 생산설비를 지으려 했으나 건축허가를 받지 못해 계획에 차질을 빚기는 마찬가지다.
이 업체들은 하나같이 공장설립 승인을 받고 공사 착수에 들어갔으나 정작 수도권 공장건축 총량제에 묶여 건축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형편에 처해 있는 수도권소재 반도체·액정표시장치(LCD)제조용 장비제조업체들만도 7∼8개사에 달한다.
최근 수도권지역 제조업체들이 공장 신·증설에 나서면서 공장면적 추가 요구량은 경기지역이 250만㎡, 인천지역 55만㎡가 밀려 있는 실정이다. 정부에서 추가로 120만㎡를 배정했지만 업체의 요구에는 턱없이 미치지 못한 실정이다.
반도체·LCD 관련 장비제조업체들은 모처럼 찾아온 시장호조에 발맞춰 대대적으로 공장 신·증설에 나서고 있으나 정부규제에 묶여 공장을 늘리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수도권지역 일부 반도체장비업체들은 설비증설을 할 수 없어 이미 국내외 반도체·LCD 업체들로부터 수주해 놓은 물량을 공급하는 데 차질을 빚지 않을까 내심 걱정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이 반도체장비업체들 차원에서만 끝나지 않는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반도체, TFT LCD 업체들이 장비공급문제로 생산설비 증설에 차질을 빚을 경우 자칫 잘못하면 경쟁상대인 일본·대만 업체들에게 시장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발전을 위해 수도권집중을 억제하자는 수도권 공장총량제의 좋은 취지를 살리면서도 국내 반도체·LCD소자·장비 업체들의 경쟁력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할 시점이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