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슨트 후광보다는 벤처의 자세로 다시 태어날 것입니다.』
지난 1일 루슨트테크놀로지스사로부터 독립한 네트워크장비 전문업체 어바이어사는 지난달 28일 막을 내린 「넷월드·인터롭 2000 애틀랜타」에서 당찬 출사표를 던졌다.
이 회사가 넷월드·인터롭 2000에 들인 공은 엄청나다. 네트워크장비 및 서비스에 관한 한 세계적 전시회라는 점을 고려해 루슨트에 뒤지지 않을 만큼 거대한 규모의 독립부스를 설치, 준비한 기술과 제품을 선보였다. 해외지사 오픈을 앞두고 각국 기자들을 전시회에 초청한 것부터 기업설명회·제품설명·브리핑·만찬에 이르기까지 전임원이 발벗고 홍보에 나서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어바이어가 전시회에 들인 경비는 20만달러. 1년치 홍보비용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액수였다. 신생업체로서는 다소 과분한 비용이 아닐 수 없다. 우려와는 달리 이 회사 관계자는 이미 그 이상의 효과를 거뒀다고 장담했다.
세계 최대규모의 네트워크전문 전시회를 통해 각국 보도진 및 6만여명의 잠재고객 앞에서 화려한 신고식을 올렸기 때문이다.
국내업체는 달랐다.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국내 대표적인 인터넷업체인 B사는 업종은 달랐지만 대그룹사에서 분리한 점, 전시회에 처녀출전했다는 점에서 어바이어와 흡사했다. 그러나 전시회 성적은 형편없었다. B사는 별도 부스를 마련하지 않고 파트너사 자격으로 외국업체 부스의 일부를 빌렸다. 출품한 내용도 회사연혁 소개가 홍보물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그나마 부스에서 받아볼 수 있을 뿐이었다.
매일 500여업체로부터 기사게재 요청자료가 들어오는 프레스룸에서는 그 흔적조차 찾기 어려웠다. 이 전시회에 동원된 직원은 모두 4명. 국내에서의 입지에 비하면 지나칠 정도로 겸양지심(?)을 발휘했다. 경험부족과 준비미숙. B사가 이번 전시회에서 보여준 모습이었다.
B사 직원은 「한국 전시회에 참가했다면 적어도 마이크로소프트나 인텔 정도 규모의 부스를 마련했을 것」이라면서도 「국제무대에서 초보인 만큼 이 정도가 어디냐」며 자위했다.
안방이긴 했지만 초보이기 때문에 더욱 발벗고 나섰던 어바이어의 야심. 그에 비해 외국업체 부스 한 귀퉁이를 빌어 쓰는 내로라 하는 국내기업의 모습이 달동네 삭월세방만큼이나 초라해 보였다.
<애틀랜타=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