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PC산업에 대한 전망을 놓고 엇갈린 의견이 나오고 있다.
최근 델컴퓨터, 인텔, 애플컴퓨터 등 PC 관련 주요 업체들이 실적악화 전망을 내놓으면서 촉발된 이같은 논쟁은 세계 PC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예전과 같은 성장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비관론과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시적인 사이클의 한 단계일 뿐 PC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낙관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비관론은 IDC와 데이터퀘스트 등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인 IDC(http://www.idc.com)는 올해 미국 PC시장의 성장률이 12.2%로 지난 94년 IDC가 PC 시장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저치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전망치는 지난해 성장률인 23.8%의 절반에 불과한 수치라 PC업계에 더욱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다.
이로 인해 더이상 예전의 15∼20%에 이르는 높은 연간 성장률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비관론이 업계와 투자자 사이에 팽배해 있다.
IDC의 수석분석가 앤 부이는 『이제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PC를 구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향후 PC시장은 교체수요에만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데이터퀘스트(http://www.dataquest.com)의 마틴 레이놀스도 『PC시장에는 더 이상 성장을 위한 공간이 남아 있지 않다』며 『2002년에는 오히려 시장규모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향후 PC시장을 어둡게 내다봤다.
그러나 메타그룹 등 일부에서는 「PC시장 침체기」 운운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세계 PC시장은 이미 지난 5년간 상승곡선과 하향곡선을 번갈아 그려왔으며 최근의 부진 또한 이러한 사이클의 일부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세계 PC시장의 성장률은 지난 98년에도 12.8%의 저조한 성적을 보였으나 1년 만에 23.6%로 올라 예년 수준을 회복한 바 있어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에 발표된 IDC의 자료에서 세계시장 성장률이 미국보다 높은 18.9%로 예상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IT전문 조사기관인 메타그룹(http://www.metagroup.com)의 스티브 클레인헨스 부사장은 최근의 PC시장 침체현상을 『유로화의 약세로 인한 유럽 PC수요의 감소, 기업들의 윈도2000 채택 지연 등 PC 외적인 측면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유럽의 시장조사기관인 GFK는 이러한 상황을 인텔의 경쟁사인 AMD가 공격적인 영업으로 유럽 시장점유율을 높임으로써 인텔의 실적악화를 가져왔고 이는 인텔의 칩을 채택하고 있는 델의 수익감소로 연결됐다고 설명한다. 또한 델의 부진은 기업들의 윈도2000 채택 지연 영향도 큰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IT미디어인 캘리포니아스톡레터의 편집인 마이클 머피도 『현재 전세계적으로 설치된 PC는 4억3500만대로 앞으로 수년간 설치될 것으로 예상되는 25억대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낙관론을 폈다.
한편 투자은행인 UBS의 분석가 찰스 울프는 『미국과 유럽 등 세계의 주요 PC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PC업계가 앞으로도 지난날의 영화를 계속 누리기 위해서는 교체수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PC시장이 바닥을 드러내지는 않았으나 성장세가 둔화된 것은 사실이며 이에 따라 전과는 다른 새로운 사업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세계 PC시장을 두고 이처럼 비관론과 낙관론이 맞서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기존 PC보유자들의 PC 교체를 겨냥한 신제품 개발과 함께 최근들어 나타나고 있는 가구당 2PC 보유현상을 적절히 이용하는 마케팅이 PC업체들에 절실히 요구된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비관론과 낙관론을 펴는 어느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고 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