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등록<30>
무슨 일 때문인지 나는 꿈속의 아버지로부터 욕설을 들었는데, 왜 욕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긴, 아버지는 생전에도 어떤 이유가 있어서 욕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습관화되어 있었다. 처음 듣는 사람은 당황하겠지만 늘 듣는 사람은 아무렇지 않았다.
몇 년 전에 사옥수리를 아버지에게 맡겼을 때, 아버지는 회사 여자 경리로부터 돈을 전달받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인부들 인건비는 좆같이 적지만 이 새끼들이 일을 성심으로 안 한단 말이야. 시팔, 일하는 걸 보면 일하러 온건지 좆빨러 온건지 알 수 없는 새끼들이야. 조또시팔, 그런 새끼들에게 돈을 줄 필요가 있을까, 아가씨?』
놀란 여자 경리는 얼굴을 빨갛게 붉히면서 어쩔 줄 몰랐다고 했다. 더구나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자기회사 사장의 아버지라고 하니 더욱 기가 막혔을 것이다. 놀란 그녀는 그 사실을 다른 여자 직원들에게 동네방네 떠들어서 모든 직원이 알게 되었고 내 귀에까지 들어왔다. 이제는 아버지의 그런 욕설을 듣고 싶어도 듣지 못한다. 이제 저세상으로 떠났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는 미움에 대한 한이 맺혔던 아버지지만 지금은 그리움이 생긴다. 생전에 내가 더 초연하게 잘 해드리지 못한 것이 아쉬운 것일까. 아내를 설득해서 모시지 못한 것이 잘못한 것일까. 새벽에 잠이 깨서 나는 아버지를 생각했다. 그리고 아버지가 그립다는 마음이 들었는데 그것은 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감정이었다.
세수를 마치고 호텔 방안에서 가벼운 체조를 하였다. 중국을 왔다갔다 하는 동안에 기운동을 배웠는데 틈이 나면 나는 그 운동을 하였다. 유 회장은 새벽에 여자와 가벼운 섹스를 하면 건강에 매우 좋다고 하면서 나에게 권했다. 섹스를 하는 것이 운동이라고 생각하면 그럴지도 모른다. 지금쯤 유 회장은 두 여자하고 가벼운 섹스를 하고 있을지 모른다. 두 여자라면 가벼운 운동은 되지 못할 것이겠지만.
아침에 직원 한 명이 승용차를 몰고 나를 태우러 왔다. 류 총재와 약속이 되어 있는 음식점으로 갔다. 그는 송화강변에 있는 호텔 식당에서 나를 기다렸다. 그는 어제 밤늦게 도착한 후 그 호텔에서 묵었다고 한다. 나를 보자 류 총재는 악수를 하면서 영어로 말했다.
『축하합니다. 코스닥 등록의 성과가 좋은 듯해서 말입니다.』
『모두 류 총재님이 도와준 덕분이지요.』
『그 문제로 만나고 싶었는데 잘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