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523) 벤처기업

코스닥 등록<33>

『황제주로 만들기 위해 나오는 주식은 모두 사들이기로 했지요. 알렉세이비치는 그리고리 비치라는 무역상 대표 이름으로 사들일 것입니다. 나는 만토그룹 무역회사 법인에서 사들일 것이고. 이렇게 우리 같은 외국인들이 지속적으로 사는 주식은 한국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을 끈다고 알고 있습니다.』

『한 가지만 약속해 주신다면 나 역시 협조하겠습니다.』

『무엇입니까? 우리가 지킬 수 있는 일은 약속을 하지요.』

류 총재는 우리라는 말을 씀으로써 하나의 세력이 있음을 암시했다. 그 우리란 알렉세이비치와 류 총재를 말 할 수 있고, 좀더 확대해서 중화토지개발의 유 회장과 그밖에 1∼2% 정도 주식을 사들인 다른 외국인, 또는 국내에 있는 기관투자가들을 뜻할 수도 있을 것이다.

『황제주가 되었을 때 주식을 일방적으로 팔지 말고 유지시켜 주십시오. 지금 현재도 알렉세이비치와 류 총재께서는 약 10%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데, 앞으로 계속 사들인다면 15%에서 20% 정도는 소유할 것이 아닙니까? 그것을 일시에 내놓으면 주식은 곤두박질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뒤늦게 사들인 소액 주주들이 피해를 입게 됩니다.』

『그건 당연하지요. 우리가 자금을 회수한다고 하여도 점진적으로 하면서, 계속 황제주 자리를 고수하도록 조종할 것입니다. 그것은 약속할 수 있지요.』

증권거래는 자유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묵약은 효력이 없다. 그러나 나로서는 일단 약속을 받아두는 것이 필요했다. 그리고 나는 자의든 타의든 황제주로 상승하는 전략을 묵시적으로 방관하든지, 아니면 직접 나서서 도와야 할 입장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자리를 옮겨 커피숍으로 갔다. 기다리고 있던 유 회장이 아직도 술이 깨지 않은 얼굴로 우리를 맞이했다.

『두 분 밀담은 끝났나?』

그는 내가 들으라는 듯 한국말로 지껄이고 다시 영어로 말했다.

『두 분 대화는 충분히 나누었습니까?』

『원칙적인 일이지요. 모두 상식에 준해서 생각하면 쉬운 일인데, 사람들은 그 상식을 특수한 일로 착각을 하는 데서 문제가 발생하지요.』

류 총재는 자신만만한 어조로 그렇게 말했다. 옆에서 유 회장이 맞장구를 쳤다.

『옳은 말이지요. 상식적인 일을 지키는 것은 그렇게 힘들지도 않은데 사람들은 어렵게 생각하고 피하지요. 상식은 진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