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기본으로 돌아가자

한상기 벤처포트 사장 stevehan@ventureport.co.kr

벤처투자의 열풍이 식으면서 미국이나 한국에서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그 결과로 나오는 행동은 두 나라가 많이 다르다. 연륜이 깊은 미국에서는 보다 기본적인 투자방식, 과거에 이미 성공했던 방식으로 보다 철저한 분석, 집중적인 관리 등으로 자리를 찾고 투자금액도 줄어들지 않는 반면 국내에서는 일단 당분간 추세를 보자는 소극적인 태도가 나타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털리스트가 한 말이 있다. 『당신이 성공적인 기업가라면 자동차 핸들을 잡고 있는 것이고, 당신이 투자자라면 차를 모는 것이 아니라 지도 읽는 것을 도와주어야 한다.』 벤처투자가 금융업이 아닌 회사창조업이라는 엔터프라이즈파트너스 「스턴스러드」의 이같은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의 벤처투자자, 특히 벤처캐피털의 경우 지난 1년간 벤처투자의 기본을 어떻게 지켜 왔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선진투자의 경우는 기회포착 방식이 아닌 적극적인 발굴이 기본이다. 향후 3∼5년 뒤에 사회변화, 기술진보, 기업조직의 변화를 읽으면서 앞으로 크게 활용될 기술과 제품, 서비스를 정의하고 이에 맞추어 기업과 팀을 찾아 나가는 것이 정석이다. 국내의 창투사 중 이런 전략을 구사하는 업체는 3∼4개에 불과하다.

아무리 좋은 인력을 갖고 있다 해도 투자대상 기업의 관리에는 한계가 있다. 파트너당 5∼6개, 많아야 7∼8개 기업을 담당하는 것이 선진 투자업체의 기본 규칙이다. 그러나 우리 주위에는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창투사가 짧은 시간에 40∼50개의 기업에 투자하고 이를 관리할 엄두를 못내는 경우를 쉽게 보게 된다. 당연히 회사 창조의 업무는 뒷전일 수밖에 없다.

벤처기업가에게 하는 조언으로 많은 투자자들이 거론하고 있는 바는 첫째 『불필요한 돈을 너무 많이 증자하지 말라』는 점과, 둘째 사업을 시작할 때 『내 제품이나 서비스의 고객이 누구이며 그들이 왜 내 제품이나 서비스를 살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해 철저히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너무 많은 돈은 회사를 망칠 수 있다고 거라지닷컴의 가와사키가 한 말은 너무 유명하기 때문에 더 이상 언급이 필요하지 않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필자가 만나는 벤처기업가 중에 두번째 질문에 대답을 잘 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본인들이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를 하면서 누가 고객이고 그 고객이 왜 사용하며, 고객에게 어떤 이익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냉철히 고찰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 우리 벤처기업인들이 사업을 얼마나 단순히 생각하는지 답답할 때가 많다.

또 다른 경우는 자신이 하는 사업의 손익분석이 서투르다는 점이다. 고객별로 또는 시장 세그먼트별로 제품의 원가와 이익에 대한 고찰이 너무나도 서투른 경우가 많다. 자신의 서비스에 들어가는 비용을 정확히 뽑고 제품 원가에 대한 분석, 시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정책 등이 기업을 하는 사람의 생각이 아닌 개발자 수준에서 머물고 있는 사람이 많다.

또 『개발자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 회사 제품과 기술에 대해서는 연구소장이 말씀드리겠다』는 사장이나 『재무전문가가 아니니까 재무계획은 관리담당자가 발표하겠다』는 사장 모두 기본이 안된 사람들이다. 사장으로서 자기 회사의 재무현황, 현금흐름에 대해 모르고 있거나 자기 회사의 제품이나 기술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점은 정말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투자상황이 경색되었지만 보다 기본에 충실한 투자자나 벤처기업가에게는 아직도 기회가 있고 그러한 기업과 투자자들의 만남은 지금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한 벤처투자자는 최근 필자에게 지금은 투자할 만한 기업이 없다고 했다. 주요 영역에서 이미 투자가 많이 이루어졌으며 벤처기업가의 마음속 버블이 아직 다 꺼지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포천」지 최근호는 「닷컴으로 우리가 배운 것」이라는 특집에서 50가지 교훈을 소개했는데, 그 가운데 우리를 씁쓸하게 하는 것 하나가 「인터넷 억만장자는 프로스포츠팀을 소유하지 말아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