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IMT2000, 복수표준도 좋지만...

정부가 IMT2000의 기술표준을 놓고 그동안 강조해온 「업계 자율 선택」 원칙을 깨고 직접 개입하기로 한 방침은 정책의 일관성을 스스로 훼손시켰다는 점에서 그 배경이야 어떻든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방침은 또한 3개 희망사업자가 모두 비동기식을 선택하자, 이 가운데 하나를 동기식으로 강제 전환시키겠다는 것으로 해석돼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비난도 면치 못하게 됐다.

 정부는 자율원칙 번복을 통해 IMT2000 주파수를 동기식과 비동기식, 그리고 임의대역 등 3개로 구분짓고 3개 사업자가 이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는 복수표준을 도입하기로 했다. 게다가 동기식을 선택한 사업자에 대해서는 인센티브가 제공되며 3개 사업자가 모두 비동기식을 채택할 경우 1개사를 탈락시키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정부방침에 이미 비동기식을 선택해 놓고 있던 3개 희망사업자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업자들은 급기야 탈락을 감수하고라도 비동기식과 임의대역을 선택함으로써 비동기식 기술표준을 끝까지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업자 허가신청서 제출을 보름남짓 남겨놓은 상황에서 기술표준방식을 놓고 정부와 업계의 시각차가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이 오고 만 것이다.

 주무부처장관이 대국민 사과발언까지 하면서 기존 원칙을 백지화한 것은 정부 나름대로의 복잡한 상황이 있었기 때문일 것으로 짐작은 간다. 그동안 정부는 업계 자율선택 원칙을 내놓으면서도 IMT2000 기술표준이 비동기식으로 선회할 경우, 동기식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이 기반이 되고 있는 국내 통신산업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해 왔다.

 실제로 동기식을 포기할 경우 연간 40억달러에 육박하는 CDMA방식 장비의 수출에 비상이 걸리며 중국 등 아태지역에 대한 국내기업 진출이 어렵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그동안 CDMA 관련장비를 생산·공급해온 다수의 기업이 줄곧 주장해 왔던 바이기도 하다.

 물론 비동기식을 선호하는 사업자들의 주장도 이에 못지 않은 설득력을 갖고 있다. 사업자들은 우선 세계시장의 주류가 비동기식인데다 주요 시장인 유럽과 일본 역시 이 방식을 선택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엄청난 출연금을 낸 상황에서 동기식을 선택했을 때의 불투명한 사업성도 지적하고 있다. 현재의 2세대 방식과 3세대 IMT2000의 그것이 같다면 누가 당장 신규 서비스에 가입을 하겠냐는 것이다.

 나름대로 명분을 갖고 있는 양쪽 입장에 대해 이제 어느쪽이 더 현명하고 타당한지를 따지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앞서 정부는 공청회 등을 통해 동기식 장비업체들과 비동기식 사업자의 입장을 조율해 줄 수 있는 기회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업계 자율선택 원칙에 따라 결국은 실기하고 말았던 것이다.

 여러 정황을 볼 때 사업자들이 대내외적으로 비동기식을 굳힌 마당에서 기존방침을 번복하고 정부의지를 강제하는 것은 여러모로 문제가 있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우리는 또한 IMT2000사업의 의미와 중대성을 놓고 볼 때 이 문제가 여러 전례에서 봐왔듯, 모든 결과에 대해 주무부처 장관이 『책임지겠다』는 식으로 얼버무려져서는 안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