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미래 화학 e비즈니스

문영수 케미즌닷컴 사장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미국 필라델피아에서는 「제3회 케미컬 IT 콘퍼런스」가 개최됐다. 이번 콘퍼런스에는 듀퐁(Dupont), 다우(Dow), 비피 아모코(BP-Amoco) 등 세계 최대 화학기업 CEO 등 경영진이 참석, 화학 e비즈니스에 대한 열띤 강연과 토론이 진행됐다. 개인적으로 그들과 함께 화학 e비즈니스의 최근 이슈 및 정보를 공유하며 미래 화학 e비즈니스의 청사진을 그릴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다.

지난 95년 이후 급속도로 성장해온 화학분야 전자상거래는 e비즈니스 전체시장에서도 가장 빠른 진화를 보이고 있다. 올초까지 화학 e비즈니스를 「중립적 e마켓플레이스」가 주도했다면, 중반 거대 화학기업들의 「컨소시엄」이 형성되기 시작했고, 하반기들어 기업 자체 고객, 즉 공급자(seller)와 수요자(buyer)를 연결하는 「개별기업 e-SCM」(인터넷을 통한 공급망관리)이 등장했다고 정리할 수 있다.

오는 2005년에 이르면 전세계 화학 e비즈니스 시장은 20%의 「중립적 e마켓플레이스」와 30%의 메이저 화학기업의 「컨소시엄」, 그리고 50% 이상의 「개별기업 e-SCM」으로 구성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화학 e비즈니스 시장에서 가장 큰 변화는 화학 e비즈니스 주도기업 대부분이 거래중심에서 탈피, e-SCM을 통한 솔루션 개발로 돌아서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내 대표적 화학 e마켓플레이스인 e케미컬스(http://www.e-chemicals.com), FOB케미컬스(http://www.fobchemicals.com), 코메르스(http://www.commerx.com) 등은 최근 e마켓플레이스 본연의 거래기능을 축소하고 인터넷을 통한 화학업체간 공급망을 연결해 주는 솔루션 프로바이더(solution provider)로의 변신을 선언하고 나섰다.

메이저 화학 B2B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e마켓플레이스에서 e-SCM ASP 및 컨설팅으로 전환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는 △이제 e비즈니스를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공감대 형성 △미미한 대행수수료 극복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다각화 △개별기업 e비즈니스를 위한 솔루션시장 확대 △e-SCM을 통해 각각의 밸류 체인(value chain)을 잇는 글로벌 화학네트워크 형성 등을 들 수 있다.

e-SCM은 직접적인 수익창출뿐만 아니라 글로벌 화학 비즈니스 네트워크 형성 자체만으로 천문학적인 가치를 지닌다. 일단 네트워크가 형성되면 자연스럽게 e마켓플레이스의 거래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올들어 미국 화학 관련 기업의 주가는 전년 대비 평균 80% 이상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유독 엔론(Enron)의 주가만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낡은 경제에 얽매인 대다수 기업과 달리 「new-economy-style」 성장전략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엔론은 포천지가 선정한 「2000년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리스트」에서 25위를 차지했다. 포천지는 엔론을 가리켜 「가장 혁신적인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엔론은 화학분야 최초로 e비즈니스를 시작한 기업 중 하나로, 현재까지 8개의 vertical 및 horizontal 사이트를 통해 완벽한 e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하고 있다.

그럼 우리나라 화학 e마켓플레이스는 어떠해야 하는가. 그 핵심은 바로 「글로벌 포지셔닝」에 있다. B2B e비즈니스는 세계화(globalization)에 생사가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숨가쁘게 진화해 가는 e마켓플레이스 시장에서 빠르고 정확한 전략을 수립, 끊임없는 자기 혁신을 이뤄내는 기업만이 세계 화학 e비즈니스 시장에서 확실하게 스스로를 포지셔닝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 화학 메이저 기업들은 실제로 아무리 작은 규모의 e비즈니스 기업이라도 「비즈니스 센스」와 「비전」만 확실하다면 적극 투자할 계획이라는 것을 이번 미국 방문을 통해 알게 됐다.

「Think Big, Scale Fast, Start Sm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