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도 평택에서 한·영간 경제교류에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영국의 전자부품업체인 스파이어런트사가 국내에 1000만달러를 투자, 첨단 센서공장을 설립하고 준공식을 가졌다. 척박한 국내 전기부품업계에 일본·미국계도 아닌 영국계 자금이 대량으로 투자된 것은 분명 이색적인 「사건」이었다.
이날 더 놀란 만한 일이 있었다.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니컬러스 브룩스 스파이어런트 회장은 한국에서 자동차와 의료기기, 가전기기용 센서부품을 연간 1억개씩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
브룩스 회장의 말은 여타 국내 센서업체들의 생산물량을 합한 것보다 두배 이상 많은 수치다. 또한 지역경제에 고용효과도 5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브룩스 회장은 준공식이 끝난 이후 상당한 보따리를 풀기도 했다. LG전자 관계자들과 만나 첨단 적외선센서공장 설립방안을 논의하고 통신장비분야에 대규모 투자의사를 밝혔다. 앞으로 투자규모만 해도 수천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스파이어런트사의 투자는 분명히 우리의 투자유치가 미국과 일본에 편중된 점에 비추어 볼 때 아주 생경한 일이다.
그동안 한국 업체들은 영국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90년대 삼성·대우·LG 등 국내 대기업은 영국을 유럽진출의 전초기지로 여기고 10억달러가 넘는 자본을 영국 현지에 투자했다.
반면에 영국 기업의 한국투자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고용효과가 높은 제조업 대신 금융산업에 집중돼 국내 전기·전자업체들은 해외 협력파트너를 대부분 일본과 미국 기업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의 눈높이를 바꿀 필요가 있다. 영국은 기초과학과 금융산업 분야에서 세계 최고수준의 경쟁력을 가진 국가다. 더구나 스파이어런트사와 같이 첨단기술과 자금력을 지닌 알토란 회사들이 많다.
국내 기업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하지만 세계시장 진출을 위해 일본·미국 업체에만 매달리는 구태에서 벗어날 때다.
<산업전자부·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