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도메인 등록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국내업체는 물론 세계적인 도메인 관련업체들이 한글도메인 시장선점을 위해 불을 뿜는 경쟁을 치르면서 한글도메인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가도메인관리기구인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마저 한글도메인 서비스를 내년부터 앞당겨 실시한다는 발표를 해 기름을 붓고 있는 실정이다.
민간사업자들이 제공하는 한글도메인 등록건수나 예약접수건수는 정확한 통계를 내기가 어려운 실정이지만 최근 예약접수를 받기 시작한 NSI측에 접수된 등록건수가 급증하고 있으며 인터넷에는 이와 관련된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한글도메인은 지난해부터 일기 시작한 도메인장사를 다시한번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영문도메인의 경우에는 이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는 일부층에 의해 이루어졌지만 한글도메인은 이를 지켜본 일반인이 대거 가세하고 있다는 점이 과거와 다르다. 초등학생부터 주부층에 이르기까지 한글도메인 선점열풍이 번지고 있기 때문에 자칫 사회적인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문제는 과연 한글도메인이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느냐다. 한글도메인의 가치를 산정하기가 어렵지만 등록자들은 활용측면과 도메인 거래측면 모두에서 영문도메인에 비해서는 여러 가지 면이 다르다는 사실을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비공식 서비스다 =한글도메인은 국제도메인관리체계에서는 지원되지 않는 비공식 서비스다. 특정 주제어(키워드)를 도메인네임으로 연결시켜 주는 키워드 방식은 물론 국제도메인관리체계를 따르는 계층적 방식도 마찬가지다.
국제도메인관리체계는 영문과 숫자·부호만을 인식할 수 있다. 그리고 도메인네임에는 반드시 네임서버를 찾을 수 있도록 해 주는 IP어드레스(주소)가 주어진다. 그래야만 원하는 사람의 집을 찾듯이 도메인네임을 통해 홈페이지를 찾아갈 수가 있다.
그러나 한글도메인은 도메인네임을 통해 해당 홈페이지가 있는 네임서버의 IP어
드레스를 찾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지원체계(DNS)가 인식하지 못한다. DNS는 영문과 부호·숫자만을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글도메인 서비스는 이같은 국제적인 도메인네임찾기 시스템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시스템으로 제공한다. 도메인네임과 관련된 데이터베이스를 해당 업체들이 운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DB를 서로 다른 민간업체들이 운영하기 때문에 이용하는 한글도메인서비스는 서비스 제공업체에 따라 똑같은 도메인네임이라도 결과는 달라질 수가 있다. 한마디로 도메인네임에서 필수불가결한 통일성이 결여돼 있는 것이다.
◇주소없는 유령의 집이다 =한글도메인에는 도메인네임에 대응되는 IP어드레스가 사실상 없다. IP어드레스가 없다는 말은 곧 유령의 집이라는 뜻이다. 주소없이 집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공식도메인네임(영문도메인네임)을 집 찾는 방편으로 활용한다.
키워드 한글도메인은 키워드에 해당하는 영문도메인네임을 지정하고 그 영문도메인네임에 해당하는 IP어드레스를 찾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소위 포워딩 기능에 불과하다. 때문에 키워드 한글도메인은 홈페이지를 찾아가게 되면 웹브라우저상에는 영문도메인네임이 그대로 뜬다. 키워드 한글도메인서비스는 이같은 이유 때문에 순수 영리업체들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쉽게 접속하기를 바라는 업체들을 대상으로 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계층적 한글도메인은 각국의 도메인관리기구가 국제적인 공인없이 임의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서비스다. 때문에 각국마다 규격이나 사양이 다르다. 즉 아직까지 국제표준이 없다. 그러나 계층적 방식의 한글도메인은 해당국가의 도메인DB를 관리하는 곳에서 서비스하기 때문에 IP어드레스를 부여할 수는 있다. 그러나 대부분 홈페이지를 해당국가에만 한정하지 않고 전세계를 대상으로 제공하려는 추세이기 때문에 IP어드레스 부여자체가 큰 의미를 지니지는 못한다. 계층적 방식도 키워드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한글도메인네임을 영문도메인네임으로 포워딩해 주는 쪽으로 활용되고 있을 뿐이다.
◇이용대상이 한정돼 있다 =한글도메인은 도메인네임에 한글을 사용함으로써 이용자들이 보다 쉽고 편하게 홈페이지를 찾을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 창안됐다. 때문에 이용층이 해당국가나 해당언어를 아는 사람에게만 국한된다. 전세계 사람들이 공통으로 사용하는 영문도메인에 비해서는 이용층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다만 해당국가나 해당지역에서는 영문도메인네임보다 인지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표준화는 가능한가 =포워딩 방식인 키워드 서비스의 경우에는 국제적인 표준화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일종의 편의기능이고 같은 키워드라 할지라도 다양한 영문도메인네임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표준화할 경우 오히려 혼란을 야기시킬 우려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가도메인기구에서 관장하는 계층적 방식의 경우에는 DNS시스템을 세계 각국의 언어를 지원하도록 만드느냐에 달려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한 계층구조를 어떤 양식으로 통일하느냐도 표준화의 주된 논점이다. 국제도메인관리기구인 인터닉은 아직까지 기존 영문도메인 체계를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양한 언어를 지원하는 DNS가 아직 개발되지 않았고 도메인네임에 과연 다양한 언어를 지원해야 되느냐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는 단계로 전해지고 있다. 자국어도메인은 인터넷의 범세계성에서 벗어난 지역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