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부처 이기주의

게임산업의 주도권을 놓고 부처간 다툼이 점입가경이다. 이제까지 게임 산업의 맏형 역할을 자임해 온 문화관광부의 입김이 약해지면서 정보통신부와 산업자원부가 여기저기 포석을 깔고 있는 형국이다.

이같은 정부 부처의 「신 삼국지」 상황을 업계가 놓칠리 없다. 특히 일부 약삭 빠른 업체는 정부 부처를 「그네타기」식으로 왔다갔다 하면서 똑같은 민원(?)을 해결하고 이득을 챙기고 있어 업계를 지도·감독해야 할 정부 부처가 업계의 놀음에 놀아나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관리들의 경쟁 심리를 교묘히 부추겨 자기이득을 챙기려 든다면 상황은 심각하다.

최근 한 부처에 설립 인가를 제출했다가 반려되자 경쟁 부처를 찾아가 다시 설립인가를 신청한 일은 부처 이기주의의 틈을 비집은 대표적인 사례다.

프로게이머와 프로게임 리그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라고 자처하는 「한국게임연맹」은 지난주 산자부에 설립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연맹은 지난 9월 문화부에 사단법인 신청을 냈다가 이미 활동하고 있는 「21세기 프로게임협회」와 업무가 중복된다는 이유로 이른바 「퇴짜」를 맞은 단체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산자부를 선택한 것이다.

산자부는 설립 요건에 하자가 없다면 허가를 내줄 방침이라고 한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문화부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요지는 주무부처의 업무 분장의 범위를 떠나 정부 정책의 일관성에 치명적인 흠집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런데도 산자부는 요지부동이다.

언필칭 좋지 않은 선례를 만들어선 안된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이 문제를 부처 이기주의로 풀어간다면 미래의 게임산업은 굳이 내다 보지 않아도 뻔하다. 특히 정부가 업계의 놀음에 춤을 추고 있는 듯 한 모습을 보인다면 삼척동자도 웃을 일이다.

이 시점에서 부처 이기주의로 인해 주변에서 얼마나 우스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정부 관계자들은 한번 되돌아 봤으면 한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