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인 수익악화와 새로운 비전 부재, 출혈경쟁 등 3중고에 시달려온 별정통신업계가 지각변동의 거대한 흐름에 휘말리고 있다. 210여개에 이르는 사업자별로 사업을 계속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판가름하는 운명의 시간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내부적으로 우량·부실업체의 경계선이 분명해지면서 현재까지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업체들의 경우 데이터통신, 인터넷통신 등 새로운 사업전개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 만큼의 기반을 마련한 상태다. 반면 부실업체들은 인지도, 서비스 신뢰도 등에서 계속해서 고전을 면치 못하며 사실상의 개점휴업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같은 우량·부실업체 경계선 형성은 일면 업체정리 등에 따른 시장위축을 가져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건전화와 생산적인 경쟁환경 마련에는 효과적이라는 것이 업계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최근 정통부 주최 정보통신산업 전망심포지엄에서는 별정통신이 향후 2005년까지 국제·시외전화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 및 매출규모는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여기서 발표된 자료는 올해 별정통신이 지난해에 비해 36% 가량 성장하고 향후 매년 10% 내외에서 기복있는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전체 매출은 지난해 1200억원에서 2001년 1760억원, 2005년 2425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별정통신이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개별 업체로서나 업계 전체 차원에서 커다란 변화를 겪는 것이 불가피하다.
현재 고유의 별정통신사업을 진행하며 전체 업계를 이끌다시피 하고 있는 10개 안팎의 사업자들은 향후 사업을 견실하게 유지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앞으로 통신서비스의 대세를 이룰 것으로 예상되는 데이터통신을 위한 장비, 시설 투자에서부터 인터넷데이터센터(IDC) 구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국제전화에 국한된 수익을 뛰어넘어 데이터통신, 호스팅 등으로 부가적인 수익을 얻으며 별정통신업체의 우량평준화를 이루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앞으로 별정통신의 매출증대와 시장점유율 확대를 이들 준비된 업체가 주도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전체 업체수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나머지 업체들은 자연도태 또는 퇴출의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통신업체로의 인수합병 등 마지막 변수가 남아있지만 이들에게 이러한 기회가 주어지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사업성 자체에 대한 불신을 외국업체라고 해서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어쨌든 올 연말 별정통신업계는 새로운 사업에 대한 준비를 착실히 진행하는 업체들의 희망담과 퇴출직전에서 고전하고 있는 부실업체의 낙담이 뒤섞일 것으로 보인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