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식상한 혼수특별전

가을 혼수 특수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있던 일선 가전 유통점들이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계속되는 혼수 이벤트에도 불구하고 예년과는 달리 매출이 좀처럼 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선 가전 유통 관계자들은 이번 가을 혼수시즌에 매출보다 더 중요한 것을 잃었다. 바로 고객의 신뢰다.

가전 유통업계는 더위가 채 가시기도 전인 지난 8월부터 일찌감치 혼수판매전에 돌입해 열띤 고객 끌어들이기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약 한 달간 진행된 혼수판매전은 경기 침체와 맞물리면서 기대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때 가전 유통업계는 현실을 직시하고 보다 참신하고 소비자들의 구매심리를 자극할 만한 마케팅을 개발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했다. 하지만 매출 확대 방안으로 주요 가전 유통업체들이 선택한 것은 혼수판매전의 연장이었다.

하이마트는 1차 혼수판매전을 마친 뒤 얼마 안 지나 곧 바로 2차 혼수판매전에 돌입했다. 반응이 좋은 탓에 행사기간을 연장했는 지는 몰라도 내용상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테크노마트의 경우 혼수판매전을 지난 8월부터 무려 석달 가량 전개했다. 다른 상가와 유통점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문제는 이 같은 장기간의 특별판매전이 소비자들을 식상하게 했다는 점이다. 항상 있는 특별전.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가면 받을 수 있는 혜택. 소비자들은 더 이상 「특별전」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진행하는 특별전들이 길거리 화장품가게, 신발가게의 「만년 폐점세일」 정도로 소비자들에게 점차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가 좋지 않을수록 소비자의 구매심리를 자극하고 주목을 끌 수 있는 참신한 이벤트가 필요하다. 그리고 어렵게 모신 고객들에게 계속 자극을 줌으로써 「거기에 가면 뭔가가 다르더라」라는 인식을 심어 줘야 한다.

이제 가전 유통점들도 경쟁업체들과 차별화되는 색상을 정하고 그 색상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해 자신만의 고유 색채를 앞세워 고객들에게 다가가야 할 때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