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의도적인 주가 흔들기

제3시장 지정업체들이 주가방어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전체적인 주식시장의 하락세로 말미암아 주가하락의 여파가 미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주가의 상하한폭이 없는 제3시장 지정업체들만이 겪는 고충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제3시장 지정업체인 A사는 며칠전 일부 주주들의 상식을 넘는 주식거래로 그야말로 등에 식은 땀이 나는 롤러코스트장세를 경험했다. 평균 3000원선 안팎에 형성돼 있는 이 회사의 주가가 몇몇 주주들이 100원대 매매를 실시, 주가가 급격히 하락함에 따라 주주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이 회사는 퇴직 직원들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지만 심증만 있을 뿐 구체적 증거나 판단이 없어 수수방관하고 있는 입장이다. 특히 경쟁매매제도라면 의도적인 저가매도 매물을 사들여 주가안정화를 꾀하겠지만 매수·매도자가 정확하게 일치해야 하는 매매제도때문에 이 회사는 의도적인 주가 흔들기를 멀쩡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가정용 무선전화기 제조업체인 B사는 얼마전 단 1주의 거래만으로 하루 20만원이 넘는 주가상승세를 보이다 그 다음날 역시 단 1주의 거래로 주가가 원상복귀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주식 1주의 가격이 하루만에 20만원의 폭등과 폭락을 하는 이상매매 패턴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 말고도 호가중개시스템이 단 1주의 거래만으로도 의도적인 주가 흔들기가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하거나 악용하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상하한폭 제한규정이 없다는 것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아 잘만 이용하면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어모으는 효과를 거둘 수 있고 한편으로는 기업의 이미지를 형편없이 망가뜨리는 용도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문제는 업체가 투자자들의 시선을 의식해 고의로 주가 올리기를 하든, 일부 퇴직 직원들이나 반대세력이 고의로 주가 떨어뜨리기를 하든지 간에 제도적인 테두리안에서 정상적 거래가 이뤄진 만큼 이를 제재하거나 막을 방법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제도상의 허점이 주식시장의 침체기를 맞아 시장 전체에 대한 신인도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 제3시장은 경제적인 성공에 들떴던 젊은 열정들의 좌절감이 표면화하고 코스닥 등록효과에 대한 집단최면과 관계당국의 무관심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규태기자 kt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