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미래 자동차산업

한민홍 고려대 첨단차량연구소 교수 robotel@kuccnx.korea.ac.kr

요즘 국내 자동차 업계는 구심점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우자동차가 매각이라는 거대 파고에 흔들리고 있고 현대자동차 역시 예전과 같은 사업집중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가 이런 상황이라고 해서 자동차 업계 종사자들이 운전자에 대한 기본 서비스를 고려치 않을 수는 없다. 운전자가 차량에 대하여 요구하는 사항으로는 안전·편의·환경 등을 들 수 있다. 기존의 자동차 개념은 바퀴를 굴려 움직이는 운송수단이었으나 점차 개인의 공간인 동시에 움직이는 사무실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비좁은 국토 여건에서 계속 증가하는 차량은 교통혼잡과 교통사고 위험 증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안전을 저해하는 교통사고 유형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크게는 차선 이탈에 의한 충돌사고와 앞 장애물과의 추돌사고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러한 사고의 대부분은 운전자의 부주의에 의한 것으로 전체 교통사고의 60∼70%를 차지하고 있다.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운전자의 부주의가 발생하지 않도록 홍보교육을 하는 것이지만 이 역시 이론에 불과하다. 따라서 주의산만 등 운전자의 부주의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차량 자체가 이를 인식하고 대처할 수 있는 기능을 개발한다면 교통사고는 현저히 감소할 수 있을 것이다.

다임러 크라이슬러나 도요타 등 선진 자동차 업체들은 장애물 감지에 의한 차속 조절 시스템을 시판한 지 2년 정도 되어 간다. 포드도 내년부터 차선이탈 경보 장치를 대부분 차종에 장착하기로 했다. 이런 계획을 보아도 기술의 발전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는 미래 자동차 품질 순위가 지금까지의 몇 기통 몇 cc의 엔진이냐보다는 얼마나 안전과 편의장치가 내장돼 있는가 하는 문제로 결정될 것이라는 말이다.

물론 국내 업체들도 이같은 안전장치 개발의 필요성을 전혀 못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 자동차 업계도 차선이탈 경보 장치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고 G7 첨단자동차 기술개발에도 7∼8년에 걸쳐 막대한 연구비를 투자해왔다. 그러나 교통안전의 필요성을 부르짖는 공익광고 외에 아직까지 가시화된 내용은 없다.

안전차량을 구현하고 차량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연구, 노력 외에도 정부 관련 부처의 적극적 관심과 자동차 업체들의 교통사고 감소를 위한 적극적인 새로운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자동차 업계는 교통사고 감소에 따른 판매량의 축소를 염려하지 말고 안전차량의 출현에 따른 판매고의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둘째, 관련기술 개발을 위한 인력 양성과 기술기반의 저변 확대가 필요하다. 차량의 지능화와 안전화를 위한 기술저변 확대를 위해 지난달 초 전국 13개 대학이 참여한 「제1회 지능형 자동차 경주대회」도 이런 목적에서 개최됐다. 이 대회에 강원대·고려대 등 13개 대학이 참가, 자동차의 핸들없이 3∼4m 정도 반경의 커브 길을 주행할 수 있는 실력을 과시했다.

미국·프랑스·일본 등 자동차 선진국들은 현재 연구결과를 시험해 보고 발전시킬 수 있는 시험주행장 등 다양한 전자분야 기술을 활용한 자동차 편의사양 개선에 나서고 있다. 우리도 이같은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국내 운전자들도 바야흐로 전자분야와 관련한 각종 기술들이 적용된 자동차를 타며 안전과 편의성을 만끽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