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534) 벤처기업

벤처 캐피털<5>

그가 오래 전부터 잘 알고 있다고 말하는데 더 이상 물어 볼 수가 없었다. 어떻게 아는 사이냐, 또는 그 여자를 믿을 수 있느냐는 질문을 할 수는 없었다. 적어도 믿을 수 있는 인물이기에 나에게 소개하는 것일 것이다. 더구나 그 선배로서 전에 없던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여자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 여자가 김 장관 옆에 있는지 전화를 바꿔 주었다. 아주 맑고 톤이 높은 여자의 목소리가 울렸다.

『안녕하세요. 켄디 오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여자의 목소리는 약간 영어 억양이 남아 있었다. 분명히 어렸을 때 이민을 간 것이 틀림없었다.

『김 장관님으로부터 방금 창업을 하신다는 말을 들었는데, 회사로 오십시오. 오실 때 하려고 하는 사업의 계획서를 가지고 오십시오.』

회사로 오면 나는 전담팀인 권영호 본부장에게 그녀를 만나게 하려고 하였다. 김 장관 아니라 하나님이 소개한 사람이라고 하여도 일단 담당자들의 검증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그녀는 회사에서 만나는 것을 미루고 호텔 커피숍에서 만나자고 하였다.

『회사로 오시죠. 내일 오전 중에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점심 약속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저녁 약속은요?』

『그것도 있습니다.』

『언제 시간이 비나요? 식사를 하면서 이야길 나누었으면 싶어요.』

『식사 스케줄은 다음에 하기로 하고, 먼저 회사로 오시면 설명을 듣겠습니다.』

『그럼 내일 오전 10시경에 갈까요? 회사 바로 앞에 호텔이 있죠?』

『예, 있습니다.』

『그 커피숍으로 나가겠습니다.』

『그러시죠.』

그녀는 결국 회사로 오지 않고 호텔에서 만나자고 하였다. 회사 앞이기 때문에 나는 더 이상 거절하지 않고 그렇게 하기로 했다. 김 장관이 추천하는 인물인데 어디서 만나든 무슨 상관인가. 그녀에게 도움을 주든, 주지 못하든 추천한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 정중하게 대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