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장비업체, 일본진출 추진 의미

국내 통신장비업체들이 일본 열도를 공략할 수 있을 것인가. 그 해답은 「수출가능성은 어느 제품보다도 높다. 다만 초기 시장에 진입해야 한다」이다.

이번 국내 통신 장비업체들의 일본 진출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국내 ADSL시장이 밑받침됐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미 국내 통신장비업체들의 ADSL장비분야의 기술력은 풍족한 내수시장에 힘입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있다. 최근 세계적인 반도체업체인 텍사스인스트루먼츠사는 통신관련 전시회에 참가하면서 현대전자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 제품을 전시하도록 했다. 이는 현대전자가 TI칩을 이용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상용화에 성공했기 때문.

현대전자 외에도 국내 대다수 ADSL장비업체들은 일본업체들로부터 제품공급을 해달라는 요청을 한두번씩은 받은 상태다. 가격 경쟁력도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것도 커다란 강점이다. 다만 최근 일본전신전화(NTT)가 발주한 5만 회선분의 ADSL장비를 수주한 NEC, 스미토모 등 일본 현지업체들도 속속 상용제품을 개발, 초기시장에 진입할 수 있느 냐가 성공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 일본시장 현황 =일본의 인터넷서비스 시장은 종합정보통신망(ISDN)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일본의 ISDN가입자는 대략 100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일본에서 ADSL서비스가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는 그동안 정부가 각 가정까지 광케이블을 연결하는 FTTH(Fiber To The Home)방식의 초고속통신망을 고집해 왔기 때문. 하지만 이 방식은 너무 많은 자금이 소요되는 데다가 망 구축에 소요되는 시간도 적지 않아 이에 대한 회의론이 일본내에서도 제기되면서 ADSL서비스 전면 도입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통신사업자는 일본 가입자망을 독점하고 있는 NTT. NTT그룹 산하의 장거리·국제통신 사업자인 NTT커뮤니케이션스는 미국의 대형 디지털가입자망(DSL)업체인 코바드커뮤니케이션스와 제휴, DSL서비스를 개시한다고 지난 8월 발표했다. 양사는 이를 위해 고속 통신서비스 관련 벤처업체인 앗카네트웍스에 투자했다. 앗카네트웍스는 지난 9월부터 도쿄지역에서 시범 서비스를 실시중이며 연말에는 도쿄, 나고야, 오사카 등 3개 도시에서 상용서비스를, 내년에는 전국규모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앗카 외에도 도쿄메탈릭, KDDI, 이엑세스 등 후발통신사업자나 지역 통신사업자들도 ADSL시범 서비스를 시작했거나 서비스를 적극 검토중이다.

일본 통산성이 최근 내놓은 시장전망 자료에 따르면 향후 3년이내에 400만명 정도가 ADSL서비스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NTT는 이보다 100만이 많은 500만명선으로 전망하고 있다.

◇ 일본 ADSL서비스 특징=일본의 ADSL서비스는 기존 ISDN가입자를 수용하는 「애넥스(Annex) C」타입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애넥스 C는 ADSL모뎀이 일반전화가 아닌 ISDN 단말기와 PC를 지원하는 ADSL표준중 하나다. ISDN을 수용해야 하는 특성 때문에 ADSL 주파수 대역이 제한돼 최대 속도는 국내의 절반 수준인 3.9Mbps에 그치는 것이 단점으로 부각된다.

국내 ADSL통신 표준은 전화와 PC를 수용하는 애넥스 A이며 따라서 국내 장비업체들이 일본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애넥스 C타입의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현재 일본 서비스 업체들은 ADSL 상용 서비스를 앞두고 활발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는 데 국내와 마찬가지로 라이트, 프리미엄 서비스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다. 라이트의 경우는 640Kbps, 프리미엄은 1.6Mbps의 속도를 지원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일본내 ISDN서비스 서비스 요금이 대략 4500엔인데 비해 ADSL요금은 4000엔으로 책정됐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도 국내와 같이 폭발적인 성장도 점쳐진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