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535) 벤처기업

벤처 캐피털<6>

창업투자를 하는 데 있어 나는 기술력이나 장래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그것을 하려는 기업인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의 성품이며 의지라든지, 경영능력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인간 자체가 투명하지 못하거나 도덕적으로 불건전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거나, 가장 나쁜 경우 사기성이 있으면 상대하지 않았다.

김 장관이 소개한 여자를 만나기 위해 나는 약속한 호텔 커피숍으로 갔다. 비즈니스 관련잡지나 경제신문에서 나의 얼굴을 여러 번 보았기 때문에 그녀가 나를 알고 있다고 하였다. 그녀가 나를 찾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회사에서 호텔이 가까웠기 때문에 나는 시간을 정확히 재고 떠났다. 회사 사장실을 나와서 계단을 걸어 내려가고, 골목을 지나 큰길로 나와서 그 건널목을 지나 호텔로 들어가는 시간은 대체로 5분이 경과되었다. 건널목을 지날 때 신호등이 지체된다고 하여도 1분 정도 차이가 있었다.

그녀는 커피숍 한쪽에 먼저 와 있다가 안으로 들어서는 나를 발견하고 일어섰다. 그녀는 사람들이 출입하는 출구의 반대쪽에 앉아있었으나 그쪽에 대형 거울이 있기 때문에 들어서는 사람들의 모습이 한 눈에 보였다. 정면으로 보지 않고 거울을 통해 나를 보는 것이 무엇인가 상징적인 느낌을 주었다. 하찮은 일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녀는 나를 향해 한 손을 들어 보였다. 그녀가 한 손을 들어서 신호를 하지 않아도 나는 내가 만나려는 그 여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그녀의 모습이 한눈에 띌 만큼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두드러졌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만, 상당히 지적이면서 아름다웠다. 나이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특히 중년 여자의 나이는 짐작하기 어렵다. 그것은 사회활동을 하는 여자는 대부분 젊고 탄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를 중년이라고 했지만, 실제는 훨씬 젊어 보였다. 언뜻 보기에는 이십대 후반으로 보일 만큼 탄력이 있었지만, 실제의 나이는 삼십대 중반이거나 많이 먹어도 사십대 초반일 것이다.

가까이 다가갔을 때 보니 눈 가장자리에 약간의 주름이 있었다. 그렇지만 화장기가 별로 없는 피부는 하얗고 윤택했다. 드러난 팔이 매끄럽고 고운 선을 그었다. 키는 보통이고, 얼굴은 타원형으로 전형적인 미인이었다. 이목구비가 너무나 정연했기 때문에 성형수술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