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장거리전화시장의 가격경쟁이 막을 내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은 미 장거리전화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AT&T, 월드컴, 스프린트가 최근 장거리전화 사업전략을 전면 수정함에 따라 그동안 고객확보를 위해 벌어졌던 가격전쟁이 끝날 전망이라고 전했다.
지난 2주간에 걸쳐 발표된 이들 업체의 조정안에 따르면 AT&T는 장거리사업의 효율성 증대를 위해 장거리사업부를 분사하기로 결정했으며 월드컴도 트래킹주식을 발행해 별도 운영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두 업체가 그동안 이동통신·데이터사업의 수익으로 장거리사업을 지탱하던 체제를 바꿈에 따라 사실상 저가공세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스프린트는 아예 공식적으로 가격경쟁 포기를 선언했다. 이 회사의 CEO인 윌리엄 에스레이는 『더 이상 가입자 유치를 위해 저가공세를 펼치지 않고 마진율을 높이는 데 치중하고 점차 데이터사업의 비중을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업체들의 전략 수정은 가격경쟁에 따른 자금부담을 더이상 견딜 수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장거리전화시장은 15년전 AT&T의 독점체제가 무너진 후 시장을 지키려는 AT&T와 시장을 빼앗으려는 월드컴, 스프린트 같은 신진 업체간에 치열한 다툼이 전개됐다.
업체들이 가입자 확보를 위해 가장 중점적으로 펼친 것은 저가공세였다. 이들은 통신기술의 발달로 업체간의 서비스 품질 차이가 거의 사라짐에 따라 가격에 초점을 맞추고 경쟁적으로 가격을 내리기 시작했다.
더구나 90년대 후반 이동통신, 인터넷 등 새로운 통신기술의 등장으로 장거리전화 수요가 줄어들자 수요촉진을 위해서도 이들은 저가공세에 매달렸다.
그러나 가격인하 경쟁은 지난 3년 사이에 전화요금이 10%가 넘게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왔고 이는 마진율을 낮춰 업체들의 수익구조를 악화시켰다. 게다가 장거리전화 수요감소로 시장규모가 2004년까지 매해 4%씩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업체들의 부담감은 더욱 커져갔다.
이처럼 소득없는 가격경쟁으로 실적이 갈수록 악화되고 주가는 올 한해만 40% 넘게 떨어지자 업체들은 결국 가격경쟁을 포기하게 됐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지금은 「일시 휴전」 상태일 수도 있다며 버라이존커뮤니케이션스, SBC커뮤니케이션스 등 대형 지역전화회사들의 본격적인 장거리전화시장 진출이 예상되는 내년쯤에는 가격전쟁이 재개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전망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