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컴퓨터업체 「포스트PC」전략

대기업들의 포스트PC 행보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삼성·LG·삼보컴퓨터 등 주요 컴퓨터업체들은 인터넷컴퓨팅팀이나 포스트PC 전담팀을 구성해 포스트PC에 관한 종합적인 마스터 플랜 수립작업에 적극 나서고 있거나 ISP사업자들과의 제휴, 포스트PC업체에 대한 지분투자 등 다양한 포스트PC사업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처럼 삼성·LG·삼보컴퓨터 등 국내의 내로라하는 PC업체들이 포스트PC 분야를 차세대 수종사업으로 육성하려는 근본적인 이유는 2∼3년 이내에 무선 인터넷 단말기·미니 노트북·팜PC·HPC·PDA·스마트폰·세트톱 박스·웹패드·정보가전 등 각종 포스트PC 제품군들이 PC를 대체할 만한 세력으로 급부상할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업체는 현재 단순한 하드웨어 중심의 포스트PC사업을 구상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운용체계·애플리케이션·콘텐츠 등 소프트웨어분야와 기존의 하드웨어를 포괄하는 종합적인 포스트PC사업 계획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져 향후 이들 컴퓨터 업체가 어떠한 포스트PC전략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국내 IT산업의 산업지도가 다시 그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 포스트PC에 대한 업계의 시각 =사실 포스트PC 시장을 놓고 그간 전문 조사기관들과 업체들간에 다양한 시각이 형성돼 왔다. 과연 포스트PC가 PC를 대체할 세력으로 떠오를 것인가 아니면 단순히 PC의 보조 단말기 수준에 그치고 말 것인가를 놓고 다양한 견해들이 충돌해 왔다.

미국의 IT전문 조사기관인 포레스터리서치는 오는 2004년이면 휴대폰, PDA 등 포스트PC 제품군들의 공급 대수가 PC보급 대수를 능가할 것이라는 예측치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포레스터리서치측은 비록 포스트PC 제품군들이 PC보급 대수를 능가한다고 하더라도 PDA 등으로 대표되는 포스트PC 제품군들은 기본적으로 화면이 작기 때문에 다양한 웹콘텐츠의 구현이 어렵고 접속상태의 불안정 등 문제가 발생, 이용자들이 사용을 꺼리는 현상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포레스터는 포스트PC시대가 도래하더라도 PC는 여전히 전자상거래 등의 분야에서 핵심단말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온라인 시장조사기관인 이티포캐스트는 포스트PC에 대해 훨씬 낙관적이다. 이 조사기관은 오는 2005년이면 전세계 인터넷 사용자들의 71%가 인터넷에 접속할 때 PC보다 인터넷 정보기기 등 포스트PC 제품군들을 이용할 것이라는 예측치를 내놓고 있다.

업계의 반응은 훨씬 노골적이다.

포스트PC사업과 관련해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스콧 맥닐리는 『PC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플랫폼에 구애받지 않는 네트워크시대로 갈 것이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은 얼마전까지도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인터넷 세상이 오더라도 PC는 계속해서 그 중심에 있을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이같은 업계의 시각에도 불구하고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정보통신 네트워크가 더 이상 PC에만 의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업계의 이같은 움직임은 결국 PC의 운용체계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MS마저도 포스트PC시대의 도래를 인정하게 만들어놓았다. MS가 기존의 운용체계를 대체하는 제품으로 내놓고 있는 닷넷 플랫폼이나 임베디드 시스템인 윈도CE 강화전략은 결국 포스트PC시대를 겨냥한 포석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 국내 컴퓨터업체들의 포스트PC 전략 =국내 컴퓨터업체들은 그동안 60% 이상의 고성장 가도를 달려왔는데 내년을 기점으로 성장세가 20%대로 뚝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결국은 그동안 PC가 주력 부대를 형성했던 정보단말기 시장은 무선 인터넷 단말기·PDA·스마트폰·웹패드·정보가전·세트톱박스 등 각종 포스트PC 제품군으로 다양화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같은 추세를 감안할 때 2003∼2005년경이면 국내 정보단말기 시장은 종전의 PC 위주에서 포스트PC 위주로 급속도로 재편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국내 컴퓨터업체들은 조만간 도래할 본격적인 포스트PC시대에 발맞춰 다양한 제품군들의 개발과 함께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왜냐하면 조만간 국내 PC시장의 상장세는 머지않아 거북이걸음을 하고 포스트PC 제품군들이 이를 대체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PC업계 입장에선 지금이 위기의 시기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차세대 패권을 노릴 수 있는 기회의 시기이기도 하다.

◇ 국내 업체들의 포스트PC 전략의 바람직한 방향 =국내 컴퓨터업체들의 포스트PC 전략 수립시 가장 유념해야할 부분은 현재 각 방향에서 추진되고 있는 포스트PC 개발 및 사업전략을 어떻게 통합하고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까 하는 점이다.

현재 국내 업체들은 컴퓨터, 무선인터넷, 정보가전, 방송용 세트톱 박스 등 포스트PC 전략을 각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또는 전방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특히 삼성, LG 등 대기업의 경우 각 사업부문별로 포스트PC 전략을 추진하고 있거나 별도의 사업 아이템을 수종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이들 제품군은 상당 부분 시장이 중첩되거나 기술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 많다. 포스트PC가 포괄하고 있는 제품의 외연이 너무 광범하기 때문에 그만큼 사업부문간 또는 업체간 제휴 필요성이 높은 게 포스트PC분야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