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일반 기업을 의미하는 닷컴(.com)과 닷넷(.net), 정부 및 교육기관들이 사용하는 닷거브(.gov)·닷에듀(.edu) 등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7개 최상위 도메인(TLD) 부족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새롭게 추가하는 도메인 선정작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8일 국제인터넷도메인관리기구 ICANN(http://www.icann.com)은 지난 10월 2일까지 접수한 총 47개에 달하는 신규 도메인 신청에 대한 토론 및 심사작업을 13∼16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열리는 ICANN 대표자 회의에서 마무리하고 이달 안으로 새로 추가할 최상위 도메인을 확정·발표한다고 밝혔다. 확정된 도메인은 내년 1월 1일부터 닷컴과 같은 최상위 도메인으로 사용된다.
새로운 도메인이 사용되면 지난 90년대 초 팀 버너스 리가 월드와이드웹(WWW)과 함께 고안한 인터넷 주소체계가 처음으로 대대적인 수술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현재 인터넷 업계의 관심은 새로 추가되는 도메인 이름과 앞으로 누가 이 도메인의 등록 및 관리업무를 담당할 것인가에 집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 ICANN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함구하고 있지만 새너제이머큐리뉴스(http://www.mercurycenter.com) 등 외신들은『기존의 7개 최상위 도메인 외에 적어도 3∼5개의 도메인이 새롭게 지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새 도메인 후보 = ICANN이 공개한 후보 도메인을 살펴보면 「.pro(전문가)」 「.post(메일)」 「.union(노동조합)」 「.travel(여행)」 「.arts(예술)」 「.sports(스포츠)」 등 전문 분야 성격을 나타내는 이름이 많다.
또 「.biz(기업)」 「.shop(쇼핑몰)」 「.web(웹 사업)」 「.info(정보)」 등은 모두 기업체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기존의 닷컴 도메인보다 사업의 내용을 더욱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밖에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닷키드(.kids)를 비롯해 그 뜻이 다소 모호한 「.nom(개인)」 「.mas(대중)」 「.one(하나)」 등도 각각 새로운 도메인으로 명함을 내밀고 있다.
새로운 도메인을 신청한 회사 중에는 이미 닷컴 등 도메인을 등록하고 있는 미국 레지스터닷컴(http://www.register.com)이 영국 인터넷 서비스 회사인 버추얼인터넷(http://www.virtualinternet.com)과 공동으로 닷프로(.pro)란 도메인을 신청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회사는 이번 입찰에 성공할 경우 이 도메인 이름을 관리하기 위해 레지스트리프로(RegistryPro)라는 합작회사를 신설하는 방식으로 .pro 도메인 등록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pro 도메인은 의사나 변호사, 공인회계사(CPA) 등과 같은 전문직 사람들이 주 등록 대상이다.
또 전세계 187개 회원국을 보유한 국제 우편기구로 스위스 베른에 본부를 두고 있는 유니버설포스털유니온(UPU)이 우편을 뜻하는 닷포스트(.post)를 신청했으며 벨기에 브뤼셀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노동조합 조직인 ICFTU도 노동조합을
뜻하는 닷유니온(.union)을 각각 접수했다.
이 밖에도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통신항공협회 SITA는 항공을 의미하는 닷에어(.air .aero .aer) 도메인을 발음이 같은 변형 철자법까지 포함해 3개나 등록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SITA는 앞으로 여행사, 티켓 판매 대리점 외에도 항공 및 여행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들에도 이 도메인을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역시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항공수송협회(IATA)도 닷트래블(.travel)을 신청하는 등 현재 ICANN에 도메인 사업자를 자청하고 나선 업체와 단체만도 50여개에 달한다.
◇선정 전망 = 새너제이머큐리뉴스와 와이어드 등 외신들은 이번 회의에서 닷컴 수요를 대체할 수 있는 일반 기업용 도메인과, 앞으로 인터넷 주소체계를 사용목적에 맞도록 더욱 세분화해 전문성을 강화하는 두 가지 측면에서 새로운 도메인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들은 각각 장단점이 있다. 예를 들어 「.biz」나 「.shop」 도메인을 추가할 경우 지금까지 닷컴에 주로 의존해왔던 인터넷 도메인 체계를 획기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지만, 기득권을 가진 대기업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IBM이나 삼성 등 세계적인 기업들은 이미 필요한 닷컴 등의 도메인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 추가되는 도메인을 또 등록해야 하는 부담이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일반 기업용 도메인이 추가되면 또 도메인 소유권을 둘러싼 분쟁도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올 것이 분명하다.
전문가들은 ICANN이 지난 98년 미국 상무부와 계약해 태어난 비영리법인인 점을 감안하면 『분쟁의 소지가 많은 기업용 도메인을 추가하는 것보다 인터넷 주소체계를 전문화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도메인을 선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외신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닷프로(.pro) 등 전문성을 강조한 도메인과 닷키드(.kids)와 같이 어린이 보호 등 공익적 목표가 분명한 도메인들이 현재 가장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효과 = 내년 1월 1일부터 새로운 도메인이 사용되면 우선 그 동안 심각한 수급 불균형을 빚었던 「닷컴 도메인」 고갈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또 그 동안 닷컴 도메인이 누렸던 인기도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 것이 분명하다.
이 같은 상황변화는 올해 초 미국의 닷TV(http://www.TV.com)가 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로부터 국가 도메인(.TV) 등록권을 사들여 상용 도메인으로 전환한 후 판매하자 전세계 방송 관련 업체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며 불과 6개월도 안 되는 사이에 10만여개사가 등록됐다는 점에서도 짐작해 볼 수 있다. 닷TV 도메인은 현재 평균 매매 가격도 닷컴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 앞으로 인터넷 도메인의 등록이 실수요자 위주로 이루어져 올해 초 전세계 인터넷 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도메인 매점현상(스쿼터링)도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ICANN은 『아직 새로운 도메인이 결정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이를 등록하는 사례가 많다』며 『다시 판매할 목적으로 도메인을 사전 등록하는 사람들은 신규 도메인 수요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