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정보통신의 열기가 패션과 문화의 도시 프랑스 파리를 뒤흔들고 있다. 파리 전체가 지난 7일 막을 올린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전시회인 「넷월드-인터롭 2000」으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기 때문. 특히 이번 전시회는 지난해보다 무려 100개 업체가 늘어난 550개 업체가 참가하고 6만여명의 바이어와 관람객이 다녀갈 정도로 유럽 IT전시회 중 역대 최고라는 평가다. 유럽으로 통하는 관문인 프랑스에 입성하기 위한 각 나라의 본격적인 공략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우리나라 업체는 단 1개에 불과해 아쉬움을 남겼다. 이는 다른 국제 전시회는 물론 20여개 업체가 출정한 올해 미국 라스베이거스나 애틀랜타 인터롭 전시회와 비교하더라도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더욱이 유라시아 정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전자상거래 라운드 테이블을 마련키로 하는 등 서울 아셈회의를 계기로 형성된 우리나라와 유럽의 우호적인 IT 협력 분위기에 정면으로 배치돼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사실 이번 전시회 참석률을 미뤄 짐작하더라도 유럽 시장은 국내업체에 부담스러운 나라 가운데 하나다. 이는 어려운 비즈니스 환경에서 연유한다. 실제로 유럽은 일본에 버금갈 정도로 가격협상이 「터프」하고 중국 못지않게 「파트너십」만들기가 힘든 나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영국·독일·이탈리아·스페인 등 이른바 유럽 5대 강국은 어느 나라보다도 문화적 우월감과 자존심이 대단해 비즈니스에 앞서 이들 나라 문화에 대한 「공부」를 먼저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사업환경이 어려운 만큼 유럽 시장은 한번 개척하면 단타가 아닌 연타성 비즈니스가 가능하다. 유럽에서의 대우그룹 신화가 이를 잘 보여준다.
또 인터넷과 통신 인프라는 우리보다 뒤처져 있어 국내 IT기업의 대표적인 수출지역으로 가능성이 높다.
『이번 전시회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출품비중이 대략 7대3 정도였습니다. 반대로 미국에서는 3대7 정도로 소프트웨어 비중이 높습니다. 이는 그만큼 정보기술 인프라가 뒤처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통신 인프라가 앞서 있는 국내 IT업체에는 충분히 승산있는 시장인 셈이죠.』 이번 전시회에 처녀 출전한 다인텔레콤 이경복 사장이 말하는 수출 유망지역으로서 유럽 IT시장의 밝은 청사진이다.
<파리 =인터넷부·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