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술표준이 곧 기술자립

지금 세계 각국간의 기술표준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아직 표준이 정해지지 않은 분야의 기술표준을 주도하거나 자국이 확보한 기술을 세계표준으로 제정하면 그 나라는 국가적으로 엄청난 이득이 있다. 지속적으로 그 분야의 기술표준과 발전을 주도할 수 있고 아울러 국제표준 기술 보유국으로서 연간 엄청난 액수의 기술료 수입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의 MPEG7 기술 22종을 최근 프랑스에서 열린 국제표준화기구(ISO) 멀티미디어 기술표준 국제총회에서 국제표준으로 채택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은 반가운 일이다. 우리는 이번 총회에서 참가국 중 각각 30개 기술을 확보한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기술표준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인터넷이 주축이 된 본격적인 디지털시대를 맞아 MPEG7 기술은 차세대이동통신(IMT2000)과 전자상거래(EC) 및 양방향 TV 등에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의 기술이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아 국제표준으로 채택하기로 합의한 일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IMT2000과 EC 및 멀티미디어 방송 등 각 분야에서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특히 최근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외국업체와 협상을 진행중인 IMT2000 관련 기술료 협상에서도 종전보다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될 것이라고 한다. 물론 관련산업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도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기술표준 채택 합의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내년 7월에 열리는 회의에서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최종 투표로 대부분 결정되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최종 국제표준으로 확정된 사항이 아닌 까닭이다. 또 이번 일을 우리는 디지털 특허강국으로 재도약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일단은 내년에 열릴 국제회의에서 이번에 채택하기로 합의한 한국의 기술이 국제표준으로 결정되는 데 차질이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이미 우리는 국내 산학연 등에서 이 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일부 원천기술에 대해서는 국제표준으로 채택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우리는 앞으로 인터넷 사용자들이 지금보다 더 쉽고 편리하게 이들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기술개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리가 이 분야의 기술종주국으로서 위치를 지키고 다른 분야에서도 기술자립을 하려면 지속적인 기술개발 외에는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술표준화작업이 뒤졌고 그로 인해 매년 엄청난 액수의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관련업계와 함께 앞으로 새로 등장할 MPEG21 기술표준 제정에도 우리의 기술이 반영되도록 지금부터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이는 우리가 10% 정도를 차지하는 MPEG4 기술표준의 확보로 인해 얻는 효과가 오는 2002년께면 약 100억달러에 이를 것이란 점에서 MPEG7이나 MPEG21의 경우 수천만달러의 기술료 수입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국가적 차원에서 모든 분야의 기술에 대한 장기적인 국제기술 표준화 추진체계를 마련해 기술표준 개발 및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디지털시대 특허대국으로 등장하는 지름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