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BBC의 구조개혁과 KBS

강만석(한국방송진흥원 책임연구원)
최근 그레그 다이크(Greg Dyke) 사장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BBC 구조개혁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BBC는 향후 3년간 900명 이상의 인원을 감축해 연간 1억3000만파운드(한화 약 2210억원)의 비용절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지난 7월 10일 공표했다.

디지털시대를 맞아 제시된 BBC 구조개혁의 핵심은 크게 5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 관리행정 비용의 축소와 프로그램 투자의 증액이다. 99년부터 2000년까지의 회계기간에 BBC는 수입의 약 24%에 해당하는 5억파운드 이상을 프로그램 제작이나 방송과는 직접적으로 관계없는 곳에 사용했다. 수신료를 쓰는 기관으로서 BBC는 자금사용의 효율성을 높여야 하며 프로그램 제작에 투여되는 규모를 현재의 76%에서 85%까지 끌어 올릴 것이라고 다짐했다.

둘째, 2000년 4월부터 2006∼2007년까지 텔레비전 수신료를 현재 수준(연간 101파운드)에서 1.5% 인상하는 조치를 통해 향후 7년간 한해평균 2억파운드에 달하는 추가수입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이번 조치는 디지털 텔레비전이 본격화되는 향후 2년간의 결정적 시기에 공영방송에 대한 추가 재정지원을 하지 않을 경우 매우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셋째, BBC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새로운 채널제도의 도입이다. 지난 7월 6일 발표된 BBC채널 운영계획에 의하면 BBC 1은 오락프로그램으로, BBC 2는 보다 진지한 프로그램으로 채널을 테마화하고 기존의 디지털 채널인 「BBC Choice」와 「BBC Knowledge」를 각각 BBC 3와 BBC 4 채널로 바꿔 BBC 3는 청소년을 겨냥한 네트워크로, BBC 4는 고급문화 채널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넷째, 경영의 투명성과 공정거래를 위한 감사방안을 채택하고 마지막으로 소수계층을 위한 공영방송의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것이 핵심을 이루고 있다.

BBC가 취하고 있는 다양한 개혁조치들은 한국 공영방송 KBS의 디지털 비전과 관련해 몇가지 중요한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먼저 KBS는 조직의 효율화를 통해 중복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디지털 기술이 가져다 주는 가능성을 구체적인 방송서비스로 전환할 수 있는 마스터플랜을 시청자들에게 즉시 제시해야 할 것이다. 만약 KBS의 채널서비스가 기존 상업방송의 서비스와 뚜렷한 차별성을 갖지 못한다면, 다시 말해 수신료의 가치가 서비스를 통해 구현되지 못한다면 디지털시대 공영방송의 존재이유에 대한 의문이 근본적으로 제기될 것이다.

다음으로 매체 및 채널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디지털환경에서 KBS는 경영의 투명성과 공정거래의 준수 여부를 보다 공개적으로 검증받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외부감사는 물론 온라인을 통한 정보의 공개가 더욱 강화돼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KBS가 반드시 맡아야만 하는 역할은 상업방송의 일반적 공익의무를 넘어서는 영역에 대한 배려가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상업방송이 소홀히 할 수 있는 시민정치사회의 활성화, 소수계층에 대한 배려, 재해방송서비스의 강화 등이다.

디지털 신천지를 맞이하는 공영방송 KBS는 방송 생태계가 총체적으로 상업화돼 가는 현실에서 정신적 해독제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뿐만 아니라 국민이 직접 부담하는 수신료의 경제적 유용성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이중적 과제를 기꺼이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