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업체들 일본 진출 배경과 의미

일본 게임시장은 그동안 국내업체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난공불락의 요새로 여겨져 왔다.

일본의 경우 PC게임 위주인 우리나라와 달리 콘솔형 중심인데다 일본 하드웨어업체와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이 카르텔을 형성하다시피 하고 기술이전을 회피해 국내 게임업체들에 일본게임시장은 「빛좋은 개살구」일 뿐이었다.

98년 현재 일본의 내수 게임시장 규모는 소프트웨어는 5137억엔, 하드웨어는 1450억엔으로 총 6587억엔 규모다.

이는 전세계 게임시장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언젠가는 국내업체들이 개척해야 한 시장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일본시장은 특유의 폐쇄성으로 인해 국내업체들의 시장진입 시도를 번번이 가로막아 왔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국내 게임업체들의 일본 진출 움직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만큼 일본 게임시장이 해외업체들의 시장진입에 대해 유연해 졌으며 국내 게임업체들도 게임의 본고장에 진출할 만큼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일본 게임시장이 유연성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은 최근 일본게임시장이 불경기라는 데 기인한다.

비록 올초 발매된 소니의 새로운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PS2)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부채질할 대작게임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새로운 게임을 갈구하고 있으며 일본 게임업체들도 새로운 게임을 구하기 위해 한국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어 국산 게임들이 일본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입지가 넓어지고 있다.

국내업체들도 국내시장이 워낙 협소해 업체간 출혈경쟁을 피하기 위해 일본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온라인게임의 경우 최근 일본에서도 인터넷인프라가 구축되고 있으며 통신요금도 인하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일본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온라인게임의 경우 국내업체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콘솔이나 아케이드게임에 비해 시장진입이 한결 수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본지사를 설립, 온라인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넥슨의 이민교 사장은 『최근 일본 전역에 걸쳐 인터넷 인프라 확충이 이뤄지고 있어 온라인 게임시장이 확대될 여지가 있다』며 『일본 온라인게임시장은 이제 시작에 불과해 국내 업체들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최근 PS2에서 보듯이 일본의 가정용게임기가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것도 국내 온라인게임업체들의 일본진출에 큰 힘이 되고 있다. PC기반의 국산 온라인게임이 콘솔용으로 컨버전될 경우 가정용게임기에서도 온라인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됨에 따라 일본 게임업체들도 국내 온라인게임업체에 러브콜을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국내 게임업체들이 일본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섬에 따라 그동안 게임 주 수입국이었던 우리나라도 게임수출국의 반열에 올라설 전망이다. 게임의 본고장인 일본시장에서 성공한다는 것은 세계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보증수표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국내업체들도 그동안 게임수출을 해왔지만 일본시장이나 미국 등 주력시장보다는 대부분 제 3세계에 오락실용 아케이드게임기를 산발적으로 판매해 온데 그쳐 일본에서의 성공은 곧바로 전세계 시장으로 자사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안정적인 판매루트를 개척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일본진출에 대한 기대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무엇보다도 일본게임시장은 가정용게임기 중심이라는 것이 큰 걸림돌이다. 일부 국내 업체들이 콘솔시장을 노리고 있지만 대부분 PC기반의 게임으로 키보드를 이용하는 PC용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일본에서 국산게임이 통할 수 있을지는 의문부호로 남아있다.

디지털테트라의 안재형 사장은 『국내에서는 채팅기반의 온라인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일본의 경우 게임하면 당연히 콘솔게임을 생각할 정도로 PC게임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편』이라며 『국산 게임이 성공하려면 이를 적시하고 콘솔용으로 전환하는 등 현지화 작업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또 일본시장이 많이 개방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외국게임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남아있다. 일본 게임기 개발회사들은 자국의 게임개발사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외국의 게임개발업체들을 서드파티로 두는 것을 기피하고 있다.

게임유통업체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외국산 게임을 취급하는 것으로 별로 달가워하지 않기 때문에 일본시장에 게임을 출시하더라도 또 한번 벽에 부딪치게 될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게임종합지원센터의 김동현 소장은 『일본게임시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경우 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할 수 있지만 최근 일본업체들도 한국게임에 대해 인식을 달리하고 있어 예전에 비해서는 시장개척이 한결 수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