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증시같은 이동전화시장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이 어떤 생활용품을 구입하려 할 때 가장 고려하는 것은 자신에게 이 제품이 지금 필요한가 하는 점과 이 제품을 구입할 경제적 사정이 되는가 하는 점이다.

그러나 이동전화를 구입할 때는 이들 요소보다 마치 주식시장을 방불케 하듯 지금이 「구입 적기인가」는 시장 상황이 우선한다.

「단말기 보조금」이라는 업계 통용 용어를 일반 소비자들이 사용할 만큼 보조금과 관련된 크고 작은 이야기들이 난무해 왔기 때문인데 「보조금이 언제 폐지된다더라」는 「재료」가 있으면 「사자」가 쇄도하고 「다시 보조금이 부활된다」는 소문이 퍼지면 신중하게 시황을 지켜본다.

요즘 이동전화 시장을 돌아보면 가입비 정도만 받고 PCS를 그냥 주는 판매점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단말기 보조금을 더 이상 쓸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 소비자들은 이 같은 상황이 너무 궁금하다. 「더 고급 모델도 조만간 공짜로 나오기 않을까」 「갑자기 가격이 폭등하면 어떡하지」 등 심한 갈등도 겪는다.

지난해 4월 정부 주도로 단말기 보조금이 대폭 줄어들면서 이동전화 가격이 크게 올랐다. 업체간 과열경쟁으로 인한 폐해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과감한 조치였다. 그러나 채 두달도 지나지 않아 가격은 다시 급락했고 이 때문에 높은 가격에서 「잡은」 소비자들은 심리적으로 큰 손해를 봤다.

그러기를 약 1년. 정부는 또 다시 단말기 보조금을 폐지했다. 이번에는 잦은 단말기 교체로 인한 자원낭비가 이슈가 됐다. 정부 의지가 너무 강력해 이제는 이동전화 가격이 상당기간 고가를 형성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그런데 갑자기 011·017 합병으로 인한 「점유율 50% 준수」라는 변수가 생기면서 PCS를 중심으로 가격은 또 다시 급락했다. 특이한 것이 업체들은 「법적으로 문제가 될만한 보조금」은 쓰지 않고 있다는데 시장가격은 보조금을 쓸 때 이상으로 싸다. 과거 같았으면 흥분했을 셀룰러사업자들은 50% 준수 공약에 묶여 벙어리가 됐다. 이제 자원낭비라는 당초 명분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미 이동전화 유통업계에서는 정부 정책과 업계 정책을 일단 불신하고 보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 상당수 일반인들에게도 그 불신 풍조가 전달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단 몇 달 만에 이동전화 가격이 폭락해 심리적으로 20만원 이상을 잃게(?) 되는 주식시장과 같은 이동전화 시장을 이해하지 못한다.

<생활전자부·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