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포르투갈 현지법인의 선물환 손실과 관련, 삼성전기의 대응자세를 보면 평소 삼성이 내걸고 있는 투명경영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지 알 수 있다.
삼성전기측은 증권가에서 포르투갈 현지법인의 선물환 손실규모가 최소한 1000만달러를 넘어서 5000만달러에 이를 것이란 소문이 나돌자, 기업공시를 통해 즉각 이를 인정하는 발빠른 대응자세를 보였다. 삼성전기는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중이라고 밝히고 포르투갈 현지법인의 선물환 손실을 현지채용인 과장 개인의 문제로 돌리면서 삼성전기와 무관함을 강조하기 바빴다.
삼성전기의 해명대로 이번 사건은 현지채용인이 회사명을 도용, 선물환 거래를 해 손실이 발생한 단순한 사건으로 현지법인이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을 설명하는 삼성전기의 태도는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해외 현지법인의 경영실적이 좋을 때는 본사의 경영혁신과 합리적인 현지법인 운영 등을 들먹이면서 회사의 이미지 제고에 부산을 떨다가 정작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면 현지법인의 일로 돌리는 것은 너무 속보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슨 일이 터지면 일단 발부터 빼고 보자는 식의 행태는 「잘 되면 내 덕, 못 되면 조상 탓」과 크게 다를 바가 없지 않나 싶다.
더욱이 이번 사건의 진상조사 결과 피해규모가 소문대로 5000만달러를 넘어서 현지법인이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면 삼성전기가 본사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최근 시장에서 28만원에 거래되던 삼성생명 주식을 70만원에 매입한 경위를 따지는 투자자에게 사과를 하면서도 「삼성생명 주식의 가치가 70만원 이상이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해명과 맞물려 삼성전기가 강조하는 투명경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투명경영은 무엇보다도 정직하게 책임을 질 때 비로소 이루어지지 않을까 싶다.
<산업전자부·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