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인 코코넛 사장 sicho@coconut.co.kr
닷컴 위기설이 대두된지 이제 몇 달째 되어간다. 혹자는 아직 수익모델을 말 할 때가 아니라하고, 또 다른 무리들은 망할 기업은 빨리 망해야 한다며 잔뜩 부풀어 올랐던 거품에 대한 대가라는 냉정한 평가들을 내린다. 유행과 경기에 민감한 인터넷 기업들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 주업무인 회사를 경영하면서 이런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는 것이 좋을지 고민스럽기도 한 요즘이다.
올 상반기 닷컴 기업들의 활발한 행보에 발 맞추어서 각계의 투자도 많이 이어졌다. 사업성 없는 기업도 「인터넷」이라는 이름만 붙으면 유망 투자 대상의 물망에 오르고, 옥석을 가리기 힘든 인터넷 기업이 우후죽순 생겨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수익성 없는 닷컴 기업의 비즈니스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인 지금, 이제는 일확천금의 기회를 꿈꾸는 기업들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성숙한 비즈니스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머니 게임을 위해서가 아니라 장기간 살아남을 회사의 경영을 위해서 착실하게 기반을 다져 온 기업들마저 크게 위축되고 있는 듯한 인상에 걱정스러운 눈길을 보내게 된다.
올 상반기만 해도 필자의 사무실 역시 투자를 원한다는 투자자들로부터 매일 엄청난 문의로 직원들의 업무에 지장을 받을 정도였다. 시스템 보안 아웃소싱 시장에 대한 밝은전망 역시 연일 언론을 장식했다. 인터넷을 둘러싼 전반적인 시장상황이 이런 긍정적인 예측들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다.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인터넷 비즈니스의 성장을 주도해 온 인터넷 기업들이 인프라를 확충하는 투자도 활발해졌다. 이러한 투자는 당연히 고객정보와 서비스 내용에 대한 안전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 이를 위한 선결 과제가 보안에 대한 대책 마련이었다. 즉, 인터넷 비즈니스의 선발 주자들이 보안문제의 중요성에 눈을 뜨고, 보안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자원을 더 이상 부가적인 비용으로 인식하기보다는 꼭 필요한 인프라, 비즈니스를 시작하면서 먼저 갖추어야 하는 요소로 생각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이전까지 국내 인터넷 시장에서 보안분야는 아주 미미한 수준에 그쳐왔다. 보안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기업들이 상당수였고, 시스템으로 가기 위해 네트워크에 설치하는 대문정도인 방화벽만 설치하는 기본적인 보안수준이 보안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한국이 대표적으로 그 취약성을 드러내는 국가로 오명을 더해가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그 보안 문제가 인터넷 비즈니스를 위협할 수도 있는 중대 이슈로 대두된 것이다.
밝은 시장전망에 힘입어 올 해 국내시장에는 유난히 보안업체들의 신설이 이어졌다. 다양한 방법으로 네트워크와 정보를 지키는 보안 솔루션들이 출시되어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 주었다. 또한 단순히 「시스템 보안」이라고 해서 제품 하나만 설치하면 끝이 아니라 다양한 이종 제품의 병용과 함께 철저하고 전문적인 관리가 필수적인 보안기술의 특성상 보안 서비스 대행 업체들도 속속 설립되어, 보안대책 마련에 인력과 비용상의 부담을 느끼던 기업들이 쉽게 마음을 낼 수 있는 상황도 조성됐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보안은 비용이 아니라 기업 경쟁력과 효율성을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라고 제도를 통해서도 인정되어 가는 추세다. 국제표준화기구(ISO)가 민간기업들의 정보보호에 대한 국제인증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한다. 또한 전사적인 차원에서 정보자산 가치에 대한 재정의 작업과 안전하고 효율적인 정보시스템 구축 및 운영조직, 제도들이 뒤따라 주어야 할 것이다. 이런 가운데 그나마 정부예산에서 정보보호관련 예산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다행스럽고 반가운 일이다.
보안업체들이 담당해야 할 역할도 크다. 이제 막 커지기 시작한 좁은 시장에서의 과열 과당 경쟁에 목을 맬 것이 아니다. 보안업체들은 국가 정보산업의 핵심 인프라를 구축하는 기능을 담당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겠다. 이러한 의식에서 나오는 품질, 즉 거의 무대책인 상태의 기업 보안까지도 대신할 만한 기술력과 서비스만이 모두를 살릴 유일한 대안이다. 그 공적인 책임의식에서 건전한 시장질서도 나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