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이냐, 770이냐 아니면 777이냐.』
별정통신업계에 때아닌 숫자 7에 얽힌 신경전이 한창이다. 700은 다름아닌 SK텔링크의 접속번호인 00700에서 나온 것이고 770은 최근 새롬기술이 전격적으로 인수한 한솔월드폰의 접속번호 00770을 뜻하는 것이다. 나머지 하나 777은 얼마 전 프리즘커뮤니케이션스가 인수한 서울국제전화의 접속번호 00777에서 따온 것이다.
예전부터 존재했던 이 번호들이 최근 들어 갑자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이들 3개 번호사업자가 현재의 별정통신 시장을 주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판도 변화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력 사업자들이기 때문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업계 1위 업체 SK텔링크와 막강한 자금력 및 다이얼패드라는 브랜드파워를 함께 가진 새롬기술, 일본 KDDI의 후광을 업고 승승장구하고 있는 프리즘커뮤니케이션스의 대결로 압축된다는 점에서 이번 숫자 7의 의미는 뇌관 그 이상의 것이다.
SK텔링크는 일단 TV광고 등을 통해 00700의 인지도를 넓혔고 이동전화를 이용한 국제전화 시장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갖고 있다는 점에 안도하면서도 새롬 측의 공세에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SK텔링크의 한 관계자는 『이용자가 007을 누른 다음에 0을 몇 개 누르는가, 7을 몇 개 누르는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게 됐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새롬기술은 00770서비스를 자사의 주무기인 온라인과 연계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고 이용자 확대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최근 커뮤니케이션 포털로 새 단장한 다이얼패드 사이트를 활용하거나 온라인 회원을 타깃으로 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라고 말했다.
프리즘커뮤니케이션스는 새롬기술과 기업용 유료국제전화서비스 추진에 따른 제휴 관계에 있다는 점에 당혹해 하면서 『경쟁은 경쟁이지만 시장에서 직접 맞닥뜨리는 경우는 드물 것』이라고 애써 태연함을 나타냈다.
행운의 숫자 7이 이들 3개 업체 중 누구에게 행운을 가져다줄지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