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벤처캐피털 묻지마 투자 자제

급속도로 확대되던 미국의 벤처캐피털(VC) 투자가 정점을 거쳐 뚜렷한 조정기에 접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3분기(7∼9월) 동안의 미 VC투자액은 259억600만달러로 지난 2분기(4∼6월)와 비교해 6.7% 감소했다고 「일본경제신문」이 미국 「VC협회(NVCA)」의 조사를 인용, 보도했다.

미국의 VC투자가 전기대비 감소로 나타난 것은 VC협회가 조사를 시작한 지난 98년 이래 처음있는 일이다.

신문은 3분기 동안의 투자액이 전년 동기대비 81.6% 증가해 여전히 고수준의 투자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긴했지만 올 봄 하이테크 관련업체들의 주가 폭락이 시작되면서 신중한 투자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NVCA는 조사에 뒤늦게 응한 VC업체를 포함하면 최종적으로 3분기의 투자액은 조금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면서도 『올 4분기(10∼12월)의 VC투자도 3분기에 비해 상향될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올 3분기 미 VC투자의 특징은 신규 벤처업체에 대한 투자가 전체 투자액의 19.95%를 기록, 조사 이래 처음으로 20% 이하로 떨어졌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미국의 VC는 다른 나라의 VC에 비해 창업 당시의 신흥 벤처들을 대상으로 한 투자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실제로 올 2분기만해도 이 비율이 전체 투자액의 약 26%에 달했으며 과거에는 40%를 넘는 경우도 있었다.

신흥 벤처의 창업을 돕는 투자가 대폭 축소된 것은 주식 시장의 하락으로 VC들이 투자 위험이 큰 초기 투자를 회피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과거 4년간 인터넷의 보급에 따라 「신흥 인터넷업체에 대한 주식 시장의 비정상적인 수용성」이 미국 VC투자에 날개를 달아준 것이 사실이었지만 지난해까지 최고 인기를 구가하던 인터넷 소매업 및 콘텐츠(정보의 내용) 제공업체의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며 VC투자의 업종 차별화가 시작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편 3분기는 주식 공개가 어려워진 전자상거래 및 콘텐츠 계통 업체에의 투자액이 76억6900만달러로 전기대비 26% 감소한 반면 바이오테크놀로지 등 인터넷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벤처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투자액이 75억7800만달러로 지난 2분기 대비 49%나 늘었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