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인터넷 열기에 힘입어 고속성장가도를 달려온 국내 케이블모뎀 시장이 내년에도 올해의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올해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는 등 수요정체현상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두루넷·하나로통신·드림라인 등 케이블인터넷사업자들이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아 내년도 장비 구매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당초 내년에 최소 2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던 케이블모뎀 수요가 올해와 비슷한 100만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에상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내년도 초고속 인터넷 신규수요가 올해보다 50만명 증가한 350만∼4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서비스 수요가 장비 수요로 연결되지 않아 케이블모뎀 제조업체들을 궁지로 내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 하나로통신은 내년에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회선을 277만회선 가량 증설할 계획이지만 이중 케이블모뎀 구매량을 얼마나 잡아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두루넷 역시 내년 구매물량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따라서 초고속 인터넷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겨냥해 우후죽순 생겨난 케이블모뎀 생산업체들은 불투명한 시장전망에 걱정이 태산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케이블모뎀 시장이 올 겨울을 넘기면서 업체간 인수합병이 본격화돼 시장구도가 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케이블모뎀 공급업체인 삼성전자와 모토로라코리아가 예상하는 시장전망도 암울한 편이다.
모토로라코리아(대표 오인식 http://www.mot.co.kr)는 『올 하반기부터 케이블모뎀 수요 적체가 풀렸음에도 불구하고 현금결제상의 이유로 공급이 적체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내년 케이블모뎀 수요는 많아야 150만대를 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대표 윤종용 http://www.sec.co.kr)는 내년 내수시장을 더욱 비관적으로 전망, 내수 규모가 100만대 안팎에 그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와 함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벤더파이낸싱이 케이블모뎀 중소기업으로까지 확산되면서 자금 여력이 없는 중소업체들의 경영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즉 현금유동성이 떨어지면서 부품 구매 및 라인 가동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케이블모뎀 생산업체의 한 관계자는 『사업자들이 너도 나도 벤더파이낸싱을 제의하기 때문에 현금이 고갈되고 있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또 『내년 케이블모뎀 시장은 벤더파이낸싱과 가격경쟁력이 관건』이라며 『품질경쟁보다는 자금 싸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