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획일성과 다양성 ... 금기현 컴퓨터산업부장

추계컴덱스2000이 열리는 샌즈 엑스포에 국가관이 마련되어 있다. 이곳에는 한국을 비롯해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홍콩,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지역 국가들과 독일, 영국, 오스트리아, 벨기에, 스웨덴 등 유럽국가 기업들이 공동부스를 만들어 참여하고 있다. 나라별로 자국의 특성을 살린 「꾸미기」로 관람객을 유인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유독 관람객의 관심을 끄는 곳은 대만관이다. 모든 부스를 기본적으로 똑같은 모양으로 꾸미고 색깔은 중국 전통탈을 붉은 색으로 모자이크해 구성했다.

부스에는 영문으로 「타이완 테크놀로지」를 표시하고 회사 이름은 그 아래 작은 글씨로 써놓았다. 대만관 전체가 하나의 부스처럼 보인다. 기술의 우수성을 소개할 만한 제품이 그리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기술」을 중시하는 것처럼 꾸며져 있다. 또 앤디 그로브 인텔 회장,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등이 대만 정보기술(IT)의 우수성을 소개하는 비디오를 하루종일 관람객에게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획일성이 강조된 디스플레이다. 대만의 이러한 모습은 사실 다른 국가관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

대만과 비교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국관은 다양성이 가미된 모습이다. 전자산업진흥회와 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공동으로 꾸민 한국관은 관람객의 경로를 고려해 자유스럽게 꾸몄다. 물론 부스 위에 설치된 플래카드에 한국을 상징하는 태극 문양이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KOREA」라는 글자가 전부다. 부스 연출도 형식에 얽매여 있지 않다.

대만관과 한국관의 분위기에서 상당한 차이를 엿볼 수 있다. 대만관은 집단주의 사회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한국관은 개인화 경향이 나타나 있다고 할 수 있다.

개인보다 집단의 이익을 중시하는 집단주의 사회일수록 획일성이 강조된다. 최준식 이화여대 교수에 의하면 집단주의 사회에서는 개인이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벗어나기 힘들고 이런 문화에서는 개인이 튀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개인의 개성보다 집단에 어떻게 동조하느냐가 중요한 관건이 된다고 한다.

이에 비하면 한국관은 집단보다는 개인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다양성이 묻어 있는 분위기다. 이제 우리는 자기의 색을 강하게 내는 것이 미덕이 되는 인터넷시대를 살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집단적인 사회문화가 강조되고 있는 대만보다는 우리가 경쟁력면에서 더 유리하다.

이론적 근거는 없지만 획일성이 강조되는 집단적인 사회문화보다는 다양성이 인정받는 개인적 사회문화가 더 선진화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물결에 편승하지 않고선 성공할 수 없다.

집단적인 사회문화의 국가로 일본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일본은 이번 샌즈 엑스포 국가관에서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참가업체들이 국가관을 아예 만들지 않았다. 미국 다음으로 많은 업체들이 전시회에 참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이한 일임에는 틀림없다. 일본 업체들은 대부분 컴덱스2000의 주행사장인 컨벤션센터에 각각 별도의 부스를 마련했다.

집단적인 획일성이 강한 기업이미지로선 다양성이 강조되는 인터넷시대에 살아남기 어렵다는 점을 일찌감치 알아차린 것이다.

물론 어떤 모습으로 전시회에 참여하는 것이 효과적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선 판단을 유보하고 싶다. 전시회에 참여하기 어려운 기업이 공동으로 전시회에 참여할 경우 그 효과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다양성이 강조되는 사회·문화가 형성되지 않고선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의 예전 모습은 대만과 별로 다르지 않다. 똑같은 크기와 양식을 선호했던 게 사실이다. 이러한 점에 비춰 보면 아직까지 미약하기는 하지만 한국관을 구성하면서 천편일률적인 형식을 강조하지 않고 자율성을 높인 것은 우리의 전시회 참가모습이 인터넷시대를 맞아 진일보한 것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