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한국기업의 일본진출...염종순 이코퍼레이션JP 대표 jsyeun@e-corporatio

최근들어 많은 한국의 인터넷 벤처기업이 일본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제나마 스스로가 우물안 개구리임을 깨닫고 일본시장을 두드리는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분명히 한국의 인터넷산업은 아시아를 리드하고 있으며 세계시장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 있다.

그런 우리가 일본시장에 무사히 진입하고 또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본을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해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한국보다 인터넷산업이 뒤져 있다든가, 또는 한국과 모든 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든가 등 구태의연한 생각을 갖고는 일본시장에의 성공적인 진입이 어렵다.

일본을 정확히 알고 충분히 대비해 진출하는 기업만이 시장진입에 성공할 수 있다. 한국에서의 성공이 일본에서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음은 당연한 일이며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남이 무사히 건너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건너는 일본인의 특성상, 확실한 실적과 수익모델도 없이 화려한 사업계획서만으로 쉽게 일본진출을 계획하는 것은 오히려 제대로 된 타 기업의 일본진출까지 방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런 시점에서 먼저 일본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몇가지 조언을 했으면 한다.

첫째, 일본진출을 위해 제일 먼저 고민해야 하는 문제는 현지 책임자 결정이다. 주위를 돌아보면 일본 유학생이거나 한국 대기업의 일본 현지법인 등에서 근무한 경력자를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런 인사가 인맥을 중시하는 일본시장의 특성상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일본 생활경험이 많음으로 인해 발상 자체가 일본식 사고방식으로 바뀌어 있다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e비즈니스 특성상 장애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일본시장에서의 경험이 아닌 해당업무에 관한 기술적인 지식과 투철한 애사심이 최우선 기준이 돼야 한다.

둘째, 일본진출에 성공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벤처캐피털이 아닌 사업파트너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흔히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는 것이 최종 목표인 것처럼 오해받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일본에서는 횡적인 정보의 유통이 빠르기 때문에 벤처캐피털간에는 상호 정보를 공유하고 있으므로 이곳저곳 기웃거리고 투자에만 연연하다 보면 사업아이템의 성장성에 대해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 즉 아이템에 자신이 있다면 먼저 벤처캐피털을 두드릴 것이 아니라 해당 아이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명하는 파트너를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일단 사업파트너가 결정되면 어느 정도 시장진입은 안심할 수 있다.

셋째, 일본은 한국보다 물가도 인건비도 무척 비싸다는 점을 일본진출 기획단계에서부터 충분히 고려, 결정해야 한다. 도쿄 변두리에 10평 남짓한 사무실, 사무집기, 그리고 4인의 현지 스태프를 6개월간 유지시키는 데 드는 비용이 약 1억2000만원 정도 소요된다. 따라서 6개월 이내에 수익이 발생하지 못한다면 보다 정확하고 치밀한 계산하에 일본진출 계획을 검토해야 한다.

넷째, 성공적인 일본진출을 위해서는 막연한 적대감을 버려야 한다. 일본을 사랑하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한국사람이라면 늘 간직하고 있는 막연한 적대감을 가지고 상대를 대하는 한 성공적인 비즈니스는 어렵다. 일본사람들은 대체적으로 한국을 모른다. 심지어 한국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모르는 사람도 있다.

따라서 먼저 이들과 인간적으로 가까워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후에 차근차근 상대를 이해해가며 비즈니스를 전개해 나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