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업계는 연말이면 늘 기대에 부푼다. 겨울방학과 크리스마스로 이어지는 연말이 말그대로 1년중 가장 장사가 잘되는 시즌이기 때문이다.
이때는 대작 영화와 비디오들이 쏟아져나와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예년과 달리 올해는 새로운 영상매체로 각광받고 있는 DVD도 대거 출시될 전망이다.
그러나 들떠 있어야 할 DVD업계는 지금 초상집 분위기다.
DVD업계가 유일하게 희망을 걸었던 공동마케팅이 하드웨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LG전자 등 대기업들의 소극적인 태도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정대로라면 이미 지난달부터 DVD플레이어와 타이틀을 한데 묶은 패키지 상품이 대량으로 시장에 나와야 하는데 아직까지도 감감 무소식이다.
대기업들은 공동마케팅을 더이상 진행하지 못하는 이유가 「공동마케팅이 불공정행위로 지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드웨어업체와 소프트웨어업체가 서로 담합해 헐값에 제품을 팔아넘긴다는 인상을 줄 경우 공동마케팅에 참여하지 않은 업체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지적은 일면 타당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왜냐하면 DVD 공동마케팅이 연기됨으로써 가장 큰 손해를 보는 쪽은 대기업도 메이저 영상업체도 아닌 영세한 DVD타이틀 업체들이기 때문이다.
DVD업체들은 지금도 대기업들이 공동마케팅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다면 공정거래에 위배되는 문제는 그다지 큰 걸림돌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먼저 시장을 살려놓고 나서 그 다음에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수순이라는 지적이다.
대기업들은 DVD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국내에 공급할 물량이 달릴 정도라고 한다. 만약 반대로 수출이 어려운 형편이라면 대기업들은 지금쯤 태도가 어떻게 변해 있을까 반문해 본다.
언젠가 대기업들이 국내시장으로 눈을 돌렸을 때 DVD타이틀 업계가 지리멸렬해 있다면 다시 일으켜 세우는 데 지금보다 몇배의 힘이 더 필요할 것이다.
그때 가서 뒤늦게 후회하는 일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다.
<문화산업부·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