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543) 벤처기업

벤처 캐피털<14>

『사업계획서를 가져왔는데 너무 황당해서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그렇습니다.』

『벤처기업은 초기에 황당한 점이 있지 않겠소? 그것을 황당하다고만 하지 말고 완성이 되면 사업성이 있는지 검토해 보시오.』

『물론, 그 연구가 완성되면 세계 시장에서 돈을 긁어모을 수 있죠. 바로 그 점이 황당하다는 것입니다.』

『빌 게이츠도 마이크로 프로세스로 세계 시장의 돈을 긁어모으고 있지 않소? 제품이 세계적이면 그럴 수도 있지.』

『남자가 여자 되고 여자가 남자로 바뀌는 성전환 호르몬을 개발하고, 모든 만병이 다스려지는 항력 유전자를 개발하고, 세포분열에서 노화방지 유전자를 개발해서 인간수명을 늘리고, 이 모든 것이 황당하지 않습니까? 연구 논문을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해서 그것은 아직 받지 못했지만, 보나마나입니다. 인류의 꿈이겠죠. 그렇게 되는 일은.』

『그렇게 황당해요? 그 회사는 김 장관님이 소개한 것이오.』

『김 장관님이 유전공학에 대해서 뭘 알겠습니까? 더구나 사업에 대해서 알고 소개했겠습니까. 그냥 아는 사람이니까 소개했겠지요.』

『김 장관이 아는 사람이라고 함부로 소개할 분은 아니잖소. 그러니, 좀더 신경을 써서 검토해 보시오. 기술 논문을 가져오면 그것이 타당한가 관련 전문가 학자들에게 심의를 해봅시다.』

『그쪽에서 심의위원 명단을 내놓았는데, 그것도 말이 안됩니다. 열 명을 추천했는데, 누구는 독일에 있고, 누구는 이스라엘에 있고. 이런 식으로 거의 외국 학자들입니다. 그 사람들이 바쁠텐데 한국에 와서 이것을 심의하겠습니까?』

『어쨌든 그 회사에서 추천한 학자들을 모두 불러모을 수는 없어도 반 정도는 부를 수 있어야 하지 않겠소?』

『사장님 너무 애정을 갖지 마십시오. 실수할 수가 있습니다.』

『애정을 갖다니?』

『너무 관심을 가지시는 듯해서요.』

회사 사장이 굉장한 미모의 여인이라는 사실을 권 본부장이 알고 하는 말인지, 무심결에 한 말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왠지 정곡을 찔린 기분이었다. 사업은 가급적 냉정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추천한 사람의 권위도 있고, 당사자가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점에서 신경을 더욱 쓰는 것은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