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인식 기술이 상당히 진전됐다고 한다. 이것은 대문 앞에서 「문 열어」 하면 대문이 열리고 컴퓨터 앞에서 「켜저라」 하면 켜지는 식의 첨단기술이다. 몇 년 내 우리의 모든 전자기기가 이렇게 바뀐다고 하는데 문제는 따로 있다.
이 음성인식 기계들이 완전히 표준어만 인식하도록 만들 경우 사투리는 전혀 알아듣지 못하게 된다. 예를 들어 「이리 와」라는 말도 영남에서는 「이리 온나」 「이리 오라카이」 등으로 쓰고 호남은 「이리 오랑께」, 충청도는 「이리 와바이」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컴퓨터 전문가들은 이 사투리를 모두 알아듣게 하려면 용량을 너무 많이 차지해 컴퓨터가 감당하지 못할 거라고 한다.
그렇다면 음성인식 기계는 결국 서울 사람들과 지방에 사는 극소수 서울말을 배운 사람들만 쓰게 된다는 얘기다. 지방 사람들은 졸지에 컴맹이 되든지 아니면 사투리가 완전히 없어지든지 둘 중 하나가 된다는 얘기다.
이건 아주 심각한 문제다. 우리 언어 중에 사투리가 없어진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사투리가 갖고 있는 민족사적·민속학적·언어학적 중요성을 이루 다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관련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재고하고 음성인식 컴퓨터가 사투리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길 바란다. 겉으로는 큰 문제가 아닌 것 같지만 만약 음성인식 기계가 완전 일반화할 경우 사투리를 쓰는 지역에서는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임경희 충남 공주시 우성면 죽당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