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전화 발신번호표시제 도입 논란

이동전화서비스사업자 발신번호표시제는 「독약」인가, 「꿀물」인가.

정보통신부가 발신번호표시제 도입을 두고 이달 말 확정안을 낼 것으로 알려지자 사업자들이 서비스 실시에 따른 이해득실을 계산하는 데 분주하다.

현재 준비된 정통부 시나리오는 이달 말 기본계획안을 확정한 후 내년 4월께 이동전화부문 발신번호표시서비스를 실시한다는 것.

이동전화사업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점은 발신번호표시제 도입에 따른 통화료 수입 감소. 이에 반해 이동전화서비스에 발신번호표시제를 유료로 도입할 경우 수익증대 효과가 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에서 준비중인 이동전화 발신번호표시제는 발신자 정보와 제공 시점에 따라 △통화 후 번호를 확인하는 「발신번호추적서비스」 △수신 이전에 발신번호가 수신자 액정화면에 표시되는 「발신번호표시서비스」 △수신 이전에 발신자 이름과 전화번호가 함께 표시되는 「발신정보서비스」 등으로 구분된다.

그간 국내외에서는 이동전화 폭력 등 발신자에 의한 수신자 사생활 침해가 증가하고 있어 발신번호 표시제 도입이 제시돼왔다. 유선통신의 경우에는 신호를 양방향으로 교환할 수 있는 「No.7」 방식으로 시스템을 교체해야 하나 이동전화서비스의 경우에는 이미 양방향 지능망 서비스가 가능한 시스템이어서 우선 서비스 대상으로 떠올랐다.

현 단계에서 큰 투자 없이도 이동전화시스템 구조상 발신번호표시서비스는 구현이 가능하다. 이 점 때문에 정통부도 발신자와 동등한 입장에서 수신자가 통화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자며 발신번호표시제 서비스를 도입하는 입장에 섰다.

이동전화사업자들이 발신번호표시제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은 일단 부정적이다.

이동전화사업자들은 발신번호표시서비스가 구현될 경우 전화 폭력이 없는 경우에도 사전에 발신인 전화번호를 알게 돼 가입자 대 가입자, 가입자 대 사업자간 법률분쟁을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이런 법적 문제를 막기 위해 발신정보제공서비스를 지나치게 억제할 경우 아예 사업성조차 없어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별다른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면 굳이 불필요한 논쟁에 휘말려 사업자 이미지를 훼손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SK텔레콤 등 이동전화사업자들은 이에 따라 유선통신사업자와 정통부가 나서서 추진하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통부 법 개정이 완료된 후 이용약관 변경 과정을 거쳐도 늦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빨라도 내년 상반기중에나 서비스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 사정은 다르다. 이 서비스가 실시되면 수신자의 통화 거부, 발신자 노출을 우려한 통화량 감소 등으로 통화료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현재 통화량 중에서 상당량의 통화가 거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한 해법은 단연 발신번호표시제를 유료화하는 방안. 그러나 별도의 투자비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행할 수 있는 발신번호표시제를 유료화할 경우 「요금인상효과」라는 가입자 반발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단말기 보조금 폐지로 월사용료 인하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발신번호표시제 유료화라는 총대를 이동전화사업자가 나서서 멜 필요는 없는 듯하다.

<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