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산업의 한·일 비교는 급진성 대 안정성의 비교라 할 수 있다. 인터넷산업의 절대 수치는 일본이 높다. 그러나 인구대비 상대적 수치는 한국이 일본보다 1.5∼2배 높다. 인터넷 인프라면에서는 한국이 월등하다. 인터넷 선진국이라 불릴 만큼 이용률면에서도 타 국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러한 인터넷의 저변확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국민성이다. 발빠른 움직임과 앞선 사고가 인터넷의 방향과 부합됐다. 닷컴 붐을 일으킨 대표국가로 한국은 인터넷의 모델이다. 세계 어느나라 인터넷 회의에서도 한국의 인터넷 발전은 모범적인 사례가 된다.
그러나 최근 한국의 인터넷시장은 「닷컴 위기」 국면에 처하게 됐다. 수익모델 부재와 인터넷 비즈니스에 회의적 반응이 감돌기 시작했다. 닷컴 열풍으로 달리던 코스닥도 침몰하는가 하면 투자자들의 발길도 뜸해졌다. 급진성으로 불붙었던 한국의 인터넷 시장은 급진성으로 몰락하는 느낌마저 주고 있다.
반면 일본의 인터넷 시장은 지속적인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급성장은 아니지만 지난해 이후 줄곧 꾸준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상거래 분야에서의 성장은 눈여겨 볼 만하다. 이는 일본의 인터넷 전자상거래 주체가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이라는 데 있다. 전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오프라인 기업들이 인터넷을 기업 경영의 틀로 활용함으로써 시너지를 높이고 있다.
한국의 e비즈니스화는 온라인기업들이 축이 되고 있다. 아직 오프라인 기업들의 e비즈니스에 대한 인식이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오프라인 기업들이 e비즈니스의 축이 되고 있는 것은 단순히 시장성장의 측면 뿐만 아니라 육성 차원에서도 유리하다. 실질적으로 돈이 있는 기업은 오프라인 기업이고 오프라인 기업들의 투자없이는 e비즈니스 시장을 창출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규모의 경제」가 시장을 주도하는 것도 일본 인터넷 산업의 강점이다. 한국의 2배가 넘는 인구에 20배 이상 큰 시장 등 시장 자체의 규모가 스스로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의도적으로 만드는 시장에는 한계가 있다. 여러 업체들이 연관돼 시장을 만드는 e마켓플레이스의 경우 무엇보다 시장규모가 중요하다. 일본은 한국에 비해 큰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e마켓플레이스는 적다. 이 역시 인터넷 시장에서의 수익창출이라는 명제를 충족시킬 수 있는 요건이 된다. 무엇보다 큰 시장에서 움직이는 인터넷 비즈니스의 장점은 그만큼 발전 가능성도 크다는 결론이다.
또 하나 일본 인터넷 시장의 강점을 꼽는다면 현재의 인터넷 다음세대를 위한 기술준비에 앞서가고 있다는 점이다. 차세대를 준비하고 있는 일본 인터넷은 이미 미국과 견줄 정도로 발전해 있다. 특히 무선 인터넷분야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미 i모드를 포함한 이동전화 가입자는 지난 2월 5000만명을 돌파했다. 2002년부터 서비스 될 차세대 이동전화 「IMT2000」에서도 일본은 유럽-일본 방식의 규격을 채택해 주도권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 무선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는 일본의 인터넷 산업이 노리고 있는 것은 차세대 인터넷 시장이다. 유선 인터넷에서 미국에 뒤진 일본이 무선을 통해 미국에 앞선다는 전략과도 맞아 떨어진다.
또 최근들어 일본 정부도 나서 추진하고 있는 차세대 인터넷 프로토콜 IPv6도 일본 인터넷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기술적 요소다.
한·일간 표면적인 수치비교로 양국의 인터넷산업 우위를 가리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한국이 인프라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다소 앞선다고 인터넷 산업에서 「선진」이라는 문패를 거는 것은 「자승자박」의 꼴이 된다. 절대적인 수치도 높고 성장 가능성 또한 큰 일본의 인터넷 산업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분석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