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ANN 정책 반대 목소리 확산

인터넷 주소를 관할하는 국제기구인 ICANN(http://www.icann.com)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인터넷 주소체계와 관련된 유일한 국제기구로 통했던 ICANN은 최근 7개 신규 최상위도메인(gTLD)을 발표한 직후 신규 도메인을 신청했다가 떨어진 인터넷 도메인 관리단체 및 사업자, 일부 UN산하 국제기구로부터 반발을 사면서 정통성을 위협받고 있다.

와이어드(http://www.wired.com)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영국(.uk)과 투발루(.tv) 등의 국가 도메인을 관리하는 각국 단체와 사업자들이 최근 잇달아 『ICANN의 정책결정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다』며 『도메인 등록비를 부담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뉴질랜드 인터넷협회 피터덴게이트 회장의 경우 『차제에 ICANN을 대신하는 새로운 인터넷 주소 관리기구를 만들자』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각국 도메인 등록업체들이 ICANN 정책에 불만을 갖는 것은 지난 98년 미 상무부와 인터넷 주소체계 관리업무를 위임받아 태어난 ICANN이 그 동안 미 정부 및 미국 도메인 등록업체인 베리사인(구 네트워크솔루션)의 예산에 의존하면서 미국의 이해를 주로 대변, 불만을 사온 데다 이번 신규 도메인 선정과정에서 해당 단체와 사업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데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기 때문이다.

ICANN은 연간 예산(약 400만달러)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135만달러를 각 지역 도메인 운영 단체나 사업자들로부터 받는 등록 수수료로 충당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단체와 사업자들의 불만이 고조되면서 등록비 납부 거부 움직임이 확산됨에 따라 국제기구로서의 입지가 흔들리는 것은 물론 예산 확보에도 큰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마이애미 대학의 마이클 프룸킨 교수(법학)는 『ICANN이 도메인 등록비를 징수할 법적인 근거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현재 세계 대부분의 컴퓨터가 ICANN이 승인한 13개 루트 서버를 사용하고 있는데 ICANN은 이를 근거로 도메인 명칭을 결정하고 인터넷 주소에 관련된 권한까지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UN 전문기구인 세계보건기구(WHO)는 자신이 신청한 도메인 닷헬스(.health)를 탈락시킨 ICANN의 결정에 『매우 실망했다』며 『앞으로 이 결정을 번복시키기 위해 모든 방법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혀 ICANN의 입장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