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캐피털<17>
여자는 취기에는 아랑곳없이 음식도 매우 잘 먹었다.
『은행에서 빌린 돈은 원금과 함께 이자를 갚는데, 그것이 연체되면 그 부동산을 압류당하죠. 약속한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하면 한번 독촉하고, 두번째 경고하고, 세번째 압류해요. 미국의 은행에서는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기도 하지만 신용평가가 좋으면 담보없이 돈을 빌릴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신용평가란 것은 그야말로 객관성을 지니면서 투명하기 때문에 담보없고 어려운 사람은 신용에 의한 융자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죠.』
그녀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미국 은행의 예를 한동안 늘어놓았다.
『미국 은행의 융자에서 신용이 좋으면 담보없이 돈을 빌릴 수 있지만 그것은 기술력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것과 같은 식이죠. 신용의 객관성은 투철하죠.』
『그것은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규모라든지 투명성은 미국보다 못하지만 한국도 같습니다. 우리의 캐피털도 미국이나 일본에서 배운 것이니까요.』
『최 사장님은 벤처기업을 이끌고 오시면서 어려웠던 때도 있었죠?』
『물론입니다. 여러 번 고비를 넘겼습니다.』
『그때 자금을 마련하려고 애썼을 것이잖아요. 은행에서 쉽게 돈을 빌려주던가요?』
『어려웠지요. 은행에서 평가를 내리기에는 기업의 생산성이나 담보능력이 빈약했기 때문이오. 물론 IMF가 발생했을 때는 사옥을 가지고 있었을 땐데 그때는 건물을 담보로 하고 돈을 빌리기도 하였지만, 제대로 평가를 받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최 사장님의 회사 발전 과정을 보니까, 담보없이도 사업가능성으로 은행에서 투자를 하였더군요.』
『아까 오 사장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그것은 기술력을 보고 투자한 신용담보 융자나 마찬가지지요.』
『싫어요.』
『네? 싫다니요?』
『사장이라고 부르지 마세요. 그냥 캔디 오라고 부르세요.』
『아, 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런 칭호가 싫다면 사업은 왜 하는지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