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처리보드 개발업체들 판로 막혀 시름시름

벤처기업들이 컴퓨터통신통합(CTI) 솔루션용 음성처리보드를 잇따라 국산화하고 있지만 국내 CTI업체들의 무관심으로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GMX·넥셀텔레컴·SL시스템즈·이브릿지컴·휴처인터넷 등 국내 CTI용 보드 및 음성데이터통합(VoIP) 게이트웨이 전문업체들은 올 들어 전량 수입에 의존했던 음성처리보드를 국산화해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기존 외산보드를 사용하던 CTI업체들이 안정성 검증의 이유를 들어 여전히 값비싼 외산보드를 선호하고 있어 판로 개척은 쉽지 않은 편이다.

최근 개발된 국산보드는 외산 제품에 비해 가격이 35∼50% 가량 저렴한데다 AS 또한 우리나라에서 직접 이뤄진다는 점에서 강한 매력이 있다. 더욱이 국내 보드개발업체들은 자체 안정성 검증시험에서 외산제품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다는 결과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CTI업체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외산보드의 대부분은 미국산으로 인텔다이얼로직·내추럴마이크로시스템스·피카 등이 주종을 이루고 있으며 최근에는 영국의 아큐랩 제품이 우리나라에 신규진출해 치열한 시장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들 외산보드가 국내 음성처리보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9% 이상으로 국내 보드 시장을 강점하고 있으며 그 시장규모도 500억원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CTI업체들은 국산 음성처리보드를 이용해 시스템을 구성할 경우 시스템 단가를 낮출 수 있어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국산보드를 채택한 시스템이 상용화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다른 업체가 상용화에 성공하면 그때 가서 국산보드 채택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CTI업체들이 국산보드 채용을 미루면서 시장 개척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은 24∼32회선 등 대용량 음성처리보드를 생산하는 업체들이다. 이들 업체는 공신력있는 CTI업체를 통해 상용시스템을 개발, 대형 수요처를 개발해야만 국내 시장 개척은 물론 해외 시장도 손쉽게 개척할 수 있기 때문에 CTI업체들의 관심을 애타게 갈망하고 있다.

보드업계 종사자들은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는 국내 CTI업체들이 외국 경쟁사와 맞설 수 있는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국산 보드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하기 위해서는 CTI업체들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나마 1∼4회선의 소용량 음성처리보드를 개발한 업체들은 형편이 나은 편이다. 넥셀텔레컴·SL시스템즈·휴처인터넷 등은 자체 개발한 보드를 사용한 VoIP 게이트웨이를 함께 개발해 국내외에 지사를 두고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직접영업에 나서면서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국GMX의 김수봉 사장은 『국내 CTI업체들이 국산제품에 대한 지나친 편견을 갖고 있어 음성처리보드 개발업체들이 시장 개척에 난항을 겪고 있다』며 『하지만 최근 들어 일부 CTI업체가 국산 제품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해 이르면 내년 중반께는 본격적인 시장형성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