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이름으로 해킹하라

친 이스라엘 핵티비스트(hacker+activist:해킹을 통해 자신의 정치·사회적 주장을 알리고자 하는 행동주의자들)와 친 팔레스타인 핵티비스트들이 최근 해킹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주부터 요주의 인물이 끼어 들었다.

지난 98년, 미 국방부에 대한 사상 최대의 해킹공격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이스라엘 해커 에후드 테네바움이 그 주인공. 현재 21살인 테네바움은 정보보안 기업인 2XS사의 기술담당 최고경영자(CTO)로 일하고 있다. 테네바움은 2주전 자신이 지난 96년에 설립했던 해킹그룹 이스라엘인터넷언더그라운드(IIU)의 요청을 받고 이스라엘의 기업들에 무료로 보안 솔루션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테네바움은 『「팔레스타인 해커들의 공격을 받고 있거나, 앞으로 공격받을 가능성이 높은 이스라엘 기업들을 도와줘야 한다」는 IIU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들을 적극 돕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IIU는 이스라엘의 기업과 단체 가운데 해커의 공격에 취약한 곳의 명단을 올린 웹사이트를 만들고 이 명단에 이름이 오른 조직은 2XS와 접촉해 방어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얻고 상담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테네바움측은 지난 18일에 끝난 이 프로젝트가 성공적이었다며 『수백 곳이 넘는 회사들이 2XS와 접촉했다』고 주장했다.

최근 유혈사태로 인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해커들의 사이버 전쟁이 더욱 극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핵티비스트는 주로 보안이 취약한 시스템을 노려 서비스부인공격(DOS)이나 웹사이트 훼손, 기밀 유출 등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

테네바움은 지난 98년 3월, 이스라엘 경찰에 의해 미 국방부에 대한 해킹 혐의로 체포되면서 그 유명세를 떨쳤다. 존 햄리 미 국방부 차관이 『역사상 가장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공격』이라고 부른 이 해킹사건으로 인해 미 국방성 네트워크망을 관리하고 있는 솔라리스 운용체계(OS)의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났고, 이 결함을 수정하는 데에만 수백만달러와 수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당시 재닛 리노 법무장관은 『컴퓨터 네트워크를 공격하는 범죄자들을 조사하고 기소하기 위해 세계 전역과 사이버 세계의 깊은 곳까지 샅샅이 뒤지고 다닐 것』이라고 결연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 후 군복무를 마친 테네바움은 99년 2월, 다시 이스라엘에서 컴퓨터 범죄법으로 기소됐다가 같은 해 9월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에 대한 법적 절차는 이것으로 끝이 났다. 테네바움은 『나는 사건이 조기에 종식되기를 바랐지만 재판을 오래 끌었으며 이로 인해 사업상 필요로 했던 많은 일들을 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