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전자화폐시대

김근배 몬덱스코리아 사장 kbkim@mondexkorea.com

전자화폐시장이 서서히 열리고 있다. 얼마전까지 생소했던 전자결제·전자화폐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통용되고 있고, 업계를 보더라도 몬덱스·K캐시 등 IC카드형을 비롯, 100여종의 전자화폐가 출시돼 있다는 조사가 있다. 또 정부 부처는 물론 전경련까지도 관련 협의회 구성계획을 발표하는 등 전자화폐시장이 조심스럽게 꿈틀대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결국 디지털시대가 도래하면서 맞이하는 필연적인 발전의 산물이다. 차세대 금융환경은 전자결제를 매개로 한 편리하고 안전한 결제수단을 필요로 하고 있고, IC카드 개발과 암호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이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또 PC 보급확대와 인터넷 상거래 급증이 전자화폐시장의 촉매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전자화폐사업은 아직 시장형성 과정에 있다. 일부에서는 도입초기 업체들간 경쟁과열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고, 기술 표준화 및 위변조에 대한 안정성 확보, 법적 제도마련이 시급한 해결과제라는 목소리도 높다. 여기서 빈번히 지적되는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기술표준화의 문제를 살펴보자. 두말할 나위도 없이 국제규격의 표준화 작업에 민관이 하나가 되어 공동 구축을 위해 힘을 쏟아야 한다. 전자화폐가 활성화되고 화폐로서의 보편성을 갖기 위해서는 금융기관 공동의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며 국제적으로도 호환 가능한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단말기 표준화를 들 수 있다. 단말기간에 호환성이 결여된다면 소비자들은 여러 카드를 가지고 다녀야 되고 시스템업체들 간에도 불필요한 중복투자나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 8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 신용카드가 범람하면서 가맹점 단말기간의 호환성이 결여돼 많은 불편을 겪었던 게 사실이다. 단말기 표준화를 위해서는 단말기내 장착하는 칩부분을 주문형반도체(ASIC)형태로 국내에서 공동 개발해 이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표준화된 ASIC을 대량 개발한다면 도입속도를 가속화함은 물론 불필요한 부대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 이러한 ASIC 개발은 향후 국내 산업의 경쟁력 향상과 이에 따른 수출가능성을 밝게 해줄 것으로 기대돼 정부차원에서도 적극 지원할 만하다.

둘째, 위변조와 안정성 확보문제다. 국내에는 전자화폐의 기술력을 검증하는 객관적 기준이나 공인인증기관 도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현재 전자지불과 관련, 다양한 시스템이 개발돼 있지만 여전히 보안성 및 안정성 시비가 가려지지 않은 채 소비자들에게 노출되고 있다. 우후죽순격으로 쏟아지는 전자화폐 상품들이 소비자피해를 발생시키게 되고, 이로 인해 시장에 정착되기도 전에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할 공산이 크다는 우려도 있다. 국제수준 또는 이에 준하는 공인인증기관 제도를 도입해 보안성과 안정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

셋째, 프라이버시 보호에 관련한 사항이다. 현금을 대체하는 수단으로 등장한 전자화폐가 사용기록을 일일이 보관해 개인정보를 유출시킨다면 사생활 침해 논란은 불보듯 훤하다. 이 또한 심도있는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넷째, 법·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 전자화폐와 관련한 국내법은 전무한 상태다. 이는 두가지 측면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하나는 「비즈니스」적 관점이고, 다른 하나는 「기술」적 측면이다. 전자화폐는 사업전개 측면에서 여신금융업법상 선불카드조항에 해석의 여지를 마련하고 있지만 이 정도로 전자화폐를 규정하기는 어렵다. 현행 민법이나 한국은행법과 상충하는 점도 문제다.

또 기술적 측면에서는 전자화폐의 보안성 확보를 위한 공인기관 또는 법·제도적 보완이 필요하고, 단말기 인프라의 표준화를 지원할 수 있는 단말기 인증기관도 요구된다. 국내에서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면 우선적으로 국외 공인기관과의 연계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전자화폐는 정보기술(IT)산업의 발전 및 인터넷 상거래 활성화 차원에서 육성해야 한다. 전자화폐는 그동안 기업의 상거래 활동에 걸림돌이던 지불처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전자화폐가 보급되면 통화량 이상증가 등 각종 부작용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사회전반의 변화추세를 읽는다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식의 발상은 이제 불식시키고, 미래산업 육성차원에서 발전방안을 심도있게 고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