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BT쇼크 확산

세계 주요 통신사업자 사이에서 아시아 지역을 떠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경제신문」은 유럽에서의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 사업면허 취득으로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야 하는 영국의 브리티시텔레컴(BT)이 아시아 지역 사업을 조정할 움직임을 적극 보이고 있다. 또 다른 대형 통신사업자들도 출자한 아시아 기업들로부터 자본 철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아시아 통신시장에 대한 외국 자본의 투자가 줄어들게 되고 이에 따라 자금부족으로 이 지역내 통신 인프라 구축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BT는 이달 상순 그룹의 사업재편을 발표하면서 서유럽과 일본을 핵심 지역으로 규정, 다른 아시아 지역의 출자기업으로부터 철수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아시아 통신업계에서는 「BT쇼크」가 확산되면서 현재 BT가 출자하고 있는 한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홍콩 등의 통신사업자 중 어느 기업이 매각 대상이 될지를 둘러싼 여러가지 소문이 나돌고 있다.

또 최근에는 일본전신전화(NTT) 산하 장거리·국제전화사업자인 NTT커뮤니케이션스가 텔레컴말레이시아에 대한 출자교섭을 중단했고, 앞서 여름에는 영국의 케이블앤드와이어리스(C&W)가 자회사인 홍콩텔레컴을 퍼시픽센추리사이버웍스(PCCW)에 매각했다.

이같은 대형 통신사업자들의 아시아 이탈 움직임은 유럽 각국의 차세대 이동통신 낙찰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결정돼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업조정을 통한 자금마련이 불가피하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와 관련, 시장조사업체 미 가트너그룹의 분석가 벨트랜드 비다우는 『대형 업체라고 해도 이제 전세계에서 사업을 벌이는 일은 불가능하며 BT 이외 다른 대형 업체들 사이에서도 투자를 선별하려는 경향은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차세대 이동통신이나 인터넷 인프라 구축이 확산될 것이 확실시되는 아시아 지역에서 시장규모가 큰 일본과 중국을 제외한 나라들은 외국 자본을 끌어들이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국내 업체만으로 막대한 투자부담을 감당하며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을지 의문시되고 있다.

내년 2월 차세대 이동통신 입찰이 있을 싱가포르에서는 사업권 획득이 유력시되는 싱가포르텔레컴조차도 응찰 의사는 표명하면서 『낙찰가격이 비현실적으로 과다하면 포기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